
이산가족, 드디어 만나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연설에서 북한 핵과 인권 문제를 거론하자 노발대발, 이산가족 상봉을 못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었다. 그랬는데 북측의 동해 물 같은 배려와 혜택(?)으로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는 것인가. 80~90대 고령들이 까무러치지 말고 장장 65년만의 상봉 기쁨을 맘껏 누리고 회포를 풀기를 기대한다. 기쁨이야 그들뿐인가. 영어 family는 종족, 민족이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까 한민족 전체의 경사다. 그뿐인가. a happy family는 같은 우리 속의 이종(異種) 동물을 뜻하기도 한다. 한반도 다문화가정은 물론 가축까지도 즐거워할 일이다. 그런데 중국에선 ‘가족’이라는 말보다 ‘가속(家屬·지아수)’이라고 부른다. ‘상봉’도 복수의 여러 가족이 만난다고 해서 ‘단취(團聚·투안쥐)’라고 한다. 家屬과 團聚는 우리말에도 있는 단어다.
‘상봉’은 ‘서로(相) 만난다(逢)’는 뜻이다. 그냥 만나는 거지 뭘 서로 만나나? ‘상봉’보다 ‘만남(逢)’이라는 말이 낫다. 그런데 땅 넓은 대륙인이 한반도 이산가족 만남을 보는 감상은 어떨까. 미국의 알래스카 주만 해도 151만8천717㎢로 한반도 땅의 약 7배로 넓고 중국의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는 171만㎢로 한반도의 8배다. 그런 대륙에 비하면 고양이 이마빡만한 땅, 불과 몇 시간이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에서 오랜 세월 만나지를 못하다니! 북한은 이산가족 만남이 달갑지 않다. 만나는 매너와 해서는 안 되는 말 등 통일선전부가 1~3개월 사전 교육을 시켜야 하고 사 입히는 옷값, 행사 비용 등 많은 돈이 드는 데다가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봉가족 선정 기준도 정치성, 선전성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북측 가족 모습은 남쪽과 판이하지 않던가.
아직도 만날 기약 없는 이산가족, 상심할 거 없다.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삶이다. 남북도 아닌 남남 가족끼리도 불화 갈등 반목 불목(不睦)으로 상종도 하지 않는 형제자매 이산가족이 얼마나 많은가. 부부도 마찬가지다. 육신만 함께 있을 뿐 마음은 떠나버린 노부부도 흔하다. 헤어질 능력도 없어 사별(死別)까지 가야 할 인생 황혼들이다. 어쨌든 이산가족 상봉에 박수를 보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