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헌법은 제31조 4항에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참고할 만한 헌법재판소 판례도 있었다. 1989년 한 중학교 국어 교사가 국정교과서 제도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1992년 8대1 의견으로 국정 교과서 제도를 합헌으로 판단하면서도 한국사 교과서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다. 국제연합(UN)은 2013년 국가가 단일한 역사 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은 아동권리규약에 명시된 권리와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국정 교과서를 강요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국정에서 검인정을 거쳐 자유발행제로 바꿔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현재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는 나라는 북한, 러시아, 방글라데시, 터키, 아이슬란드, 그리스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정부는 현재의 역사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 과장하고 있다며, 국정 교과서를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한다. 역으로 그런 편향적 사고 때문에 국정 교과서가 역사 왜곡 교과서가 될 것이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스스로 국정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왜곡한다면, 앞으로 무슨 낯으로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을 비난할 수 있을까.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국민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궤변 중의 궤변이다. 국정 교과서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가 될 수 없다. 일선의 교사들은 국정 교과서가 나오면 학습 자료를 따로 만들겠다고 한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은 지금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국정 교과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역주행하는 것이다.
역사는 그 자체로 ‘교과서’다. 우리는 역사의 심판이 준엄하다는 교훈을 역사로부터 배웠다. “역사에 눈을 감는 자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2013년 5월, 미 의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했던 이 말을 스스로 되새겨봤으면 한다.
/강득구 (새정치·안양2) 경기도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