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삶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조사할 때 흔히 세계 각국과 비교를 해서 발표를 하곤 한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던 것으로 나온다. 물질적 토대가 나아진 것에 비해 사회관계망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한국이 꼴찌 수준이라는 것이다. 의지한다는 뜻의 의(依)는 사람 인(人)과 옷 의(衣)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옛날 글자를 보면 사람이 옷 속에 들어있는 모습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아기이기 때문에 강보에 싸여 외부환경으로부터의 해로움을 지켜준다. 그러므로 누구든 의지를 하지 않고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없다.
나올 때만 그런 것이 아니고 태어나 자라면서 하늘의 사계절 기후에 의지하고 땅이 주는 여러 가지 이로움에 의지하고 부모를 비롯한 사람이 주는 은혜에 의지하면서 살고 있다. 맹자는 하늘의 기후(天時)가 주는 이로움과 땅이 주는 이로움(地利)을 잘 활용해야 하지만 가장 큰 이로움은 사람간의 관계가 조화로워야 한다고(人和) 하였다.
의지하고 기대는 것은 존재의 본질적 속성이자 존립의 근거이기 때문에 불경(佛經)에서도 상의성(相依性)이야말로 생명세계를 유지하며 상속시키는 원리임을 강조한다. 사람 인(人)자는 좌우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모습으로 왼편(丿)이 무너지면 오른편(乀)도 무너지며 오른편(乀)이 무너지면 왼편(丿)도 무너져서 사람 인(人)자를 이룰 수 없다. 종일 ‘까똑’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는 데도 왜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