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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라는 노래도 있고 ‘이 풍진 세월’이라는 노래도 있다. 풍진(風塵)은 ‘바람 티끌’이고 티끌은 먼지와 오염이니까 ‘세상=바람 먼지’다. 그런데 바람 먼지가 차라리 낫다. 바람 한 점 없는 먼지야말로 소리 없이 쌓이는 공포의 극치다. 중국어사전엔 이런 말이 있다. ‘바람이 없으면 먼지가 석 자나 쌓이고/ 비가 오면 시가지가 온통 진흙투성이다(無風三尺土 有雨一街泥)’. 베이징 거리가 그렇다. 거기뿐 아니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황사 미세먼지도 시계(視界) 제로고 이집트, 수단의 모래폭풍인 이른바 ‘하부브(Haboob)’라는 것도 사람 죽인다. 자동차를 전복시킬 정도로 거센 그 풍사(風砂)는 연간 24회 정도 몰아친다. 중동의 사풍(砂風) 또한 거세고 멕시코시티의 먼지바람과 스모그도 고약하다. 그런데 한반도의 미세먼지야 으레 ‘잔인한 4월’의 불청객이었고 ‘춘천적풍사(春天的風砂)’라는 말처럼 중국 모래바람도 봄날에 극성이었다.

그랬던 미세먼지가 1주일 넘도록 10월에 내습, 새파란 하늘을 싯누렇게 망쳐버리다니! 답답한 정도를 넘어 지구 종말의 공포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바람 없는 미세먼지라 더욱 무섭다. 먼지가 인체에 침투, 혈관까지 뚫고 들어가 심근경색 등을 일으키는 데다가 1급 발암물질이라고 하지 않던가. 중국엔 스모그+아마겟돈의 ‘스모겟돈(Smog+Harmagedon)’이라는 말이 생긴 지 오래다. 스모그와 인간이 최후 결전을 벌인다는 건가. 하긴 스모그로 햇빛을 못 본 온실 고추와 토마토가 싹을 틔우는데 무려 두 달이나 걸린다고 했다. 그런 중국 대륙의 오염된 대기와 미세먼지가 한반도까지 곧바로 미친다. 우리 중부지방의 지독한 가뭄 또한 무섭다. 무려 500년 만의 가뭄으로 강과 호수가 깡그리 말라붙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를 떠올리면 소름 끼친다.

태풍의 단골 길목인 일본과 필리핀, 대만, 중국 남부지방은 가뭄이 거의 없다. 한 해 몇 차례 태풍이 몰고 오는 호우 덕이다. 우리 땅 남녘에 가뭄이 덜한 것도 살짝 스쳐 가는 태풍 덕이다. 태풍 자락이 조금만 더 세게 스쳐 간다면 중부지방 가뭄도 해소되련만…. 하늘과 땅이 점점 무섭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