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갯골을 끼고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옛 염전의 채취와 향수를 누리면서 걸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생태계의 보존관리를 위해 둑방 길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만 허용되는 곳이지요. 갯골을 따라 걷다 보면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鹽生) 식물과 붉은발농게, 방게 등 많은 어패류, 양서류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알게 모르게 슬그머니 부리를 움직여 먹이를 쪼는 이름 모를 물새들의 몸짓도 묘한 매력을 안겨주는 곳이지요. 갯골에는 소금을 생산하던 옛 염전을 일부 복원하여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보기 힘든 하얀 눈 같은 소금 산을 볼 수 있고 갯골축제기간에는 소금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곳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소금은 부산으로 옮겨진 후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사의 아련한 기억과 애잔한 아픔이 배어있는 곳이지만 옛 염전의 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이곳에선 천일염 생산과정을 학습할 수 있고 방문객에게 무료로 천일염을 제공합니다. 또한 갯골생태공원 내의 갯물해안학습교실에서는 단체로 무료생태학습이 가능하지요. 높이 22m 6층 목조 전망대는 갯골의 바람이 휘돌아 들어오는 갯골의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형상화한 경사로를 돌아 오르면서 곳곳을 조망할 수 있고 정상에선 전체 지형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약간 흔들리는 전망대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지요.
이 일대 염전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 한때는 우리나라 소금생산량의 30%를 차지했지만 천일염 수입자유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20년 전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염전이 사라지고 난 후 오랜 세월 방치되면서 무단 경작은 물론 불법투기로 쓰레기장처럼 몸살을 앓았다지요. 소중하게 보호받고 보전되어야 할 보석 같은 생태계가 버려진 채 방치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곳이 다시 거듭나게 된 것은 시흥의 행운이었지요. 12년 전 시흥시가 4천t의 쓰레기를 처리한 후 쓰레기 투기를 단속하면서 밀과 보리, 유채 등을 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23만㎡를 공원으로 지정하고 5년간 생태계를 보전하는 차원의 공원을 조성해 지난해 개장을 했지요.
이곳에선 갯골로 전해지는 바닷바람과 바닷물 등 천혜의 역동적인 경관과 오랜 세월 풍상(風霜)이 녹아든 또 다른 차원의 갯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갯골과 둑방 길을 생태 축으로 설정하고 복원된 갯골생태와 자연체험, 염전문화체험을 할 수가 있지요. 또한 갯벌 체험과 세월에 따라 변해가는 천이과정(遷移過程), 조류를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남북의 생태 축으로 복원된 해안 산림 속 가족캠핑도 즐길 수가 있지요. 갯골생태공원은 지난해 대한민국 조경대상을 받았습니다. 10년 넘게 가꾸어온 공원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은 것이지요. 깊어가는 가을, 도심 속 바닷길, 갯골 생태공원을 만나보세요. 물빛 가득한 새초롬한 향기와 흙 내음 젖은 물새들의 재롱, 그윽한 바람결에 매료되어 끝없는 시공(時空)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