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7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
갯골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가의 두둑한 땅이 조수(潮水)로 인해 땅 사이가 좁고 길게 들어간 곳입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이 바로 그런 곳이지요.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내륙 깊숙한 곳까지 나선형으로 형성된 특이한 지형의 내만 갯골로 유명한 곳입니다. 또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로 생태학적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인정받아 정부의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요. 봄에는 화사하고 아름다운 벚꽃길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가을에는 순천만 버금가는 갈대숲이 바람 따라 노래 부르고 겨울에도 고즈넉한 산책길이 낭만적인 곳으로 사시사철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이곳은 갯골을 끼고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옛 염전의 채취와 향수를 누리면서 걸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생태계의 보존관리를 위해 둑방 길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만 허용되는 곳이지요. 갯골을 따라 걷다 보면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鹽生) 식물과 붉은발농게, 방게 등 많은 어패류, 양서류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알게 모르게 슬그머니 부리를 움직여 먹이를 쪼는 이름 모를 물새들의 몸짓도 묘한 매력을 안겨주는 곳이지요. 갯골에는 소금을 생산하던 옛 염전을 일부 복원하여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보기 힘든 하얀 눈 같은 소금 산을 볼 수 있고 갯골축제기간에는 소금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곳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소금은 부산으로 옮겨진 후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사의 아련한 기억과 애잔한 아픔이 배어있는 곳이지만 옛 염전의 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이곳에선 천일염 생산과정을 학습할 수 있고 방문객에게 무료로 천일염을 제공합니다. 또한 갯골생태공원 내의 갯물해안학습교실에서는 단체로 무료생태학습이 가능하지요. 높이 22m 6층 목조 전망대는 갯골의 바람이 휘돌아 들어오는 갯골의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형상화한 경사로를 돌아 오르면서 곳곳을 조망할 수 있고 정상에선 전체 지형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약간 흔들리는 전망대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지요.

이 일대 염전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 한때는 우리나라 소금생산량의 30%를 차지했지만 천일염 수입자유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20년 전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염전이 사라지고 난 후 오랜 세월 방치되면서 무단 경작은 물론 불법투기로 쓰레기장처럼 몸살을 앓았다지요. 소중하게 보호받고 보전되어야 할 보석 같은 생태계가 버려진 채 방치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곳이 다시 거듭나게 된 것은 시흥의 행운이었지요. 12년 전 시흥시가 4천t의 쓰레기를 처리한 후 쓰레기 투기를 단속하면서 밀과 보리, 유채 등을 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23만㎡를 공원으로 지정하고 5년간 생태계를 보전하는 차원의 공원을 조성해 지난해 개장을 했지요.

이곳에선 갯골로 전해지는 바닷바람과 바닷물 등 천혜의 역동적인 경관과 오랜 세월 풍상(風霜)이 녹아든 또 다른 차원의 갯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갯골과 둑방 길을 생태 축으로 설정하고 복원된 갯골생태와 자연체험, 염전문화체험을 할 수가 있지요. 또한 갯벌 체험과 세월에 따라 변해가는 천이과정(遷移過程), 조류를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남북의 생태 축으로 복원된 해안 산림 속 가족캠핑도 즐길 수가 있지요. 갯골생태공원은 지난해 대한민국 조경대상을 받았습니다. 10년 넘게 가꾸어온 공원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은 것이지요. 깊어가는 가을, 도심 속 바닷길, 갯골 생태공원을 만나보세요. 물빛 가득한 새초롬한 향기와 흙 내음 젖은 물새들의 재롱, 그윽한 바람결에 매료되어 끝없는 시공(時空)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