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약위해 마련한 자리
해금연주 아리랑 고운 선율에
일본인들 넋 놓고 귀 기울여…
양국 국민들 문화예술 교류로
인간적 소통확대 무엇보다 중요

지난 21일 주센다이 대한민국총영사관은 공관 다목적실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예술교류전을 열었다. 미술과 음악, 음식을 통해 한국문화를 일본인들에게 선사하는 자리로 27일까지 이어진다. 한일관계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날 교류전을 위해 한국에서 미술가 10명, 연주가 1명이 센다이를 방문했다. 이들은 지진, 방사능 등을 떠올리며 초청을 꺼려했던 모양인데, 센다이를 녹음이 우거진 편안한 문화도시로 마음에 든 기색이 역력하다. 한일 작가 약 60명이 한일우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작품을 내놓았으니 감사한 일이다.
센다이 총영사관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의미깊은 해를 맞아 향후 50년 양국 선린관계의 새로운 도약에 기여하는 한일문화예술 교류를 목적으로 이번 교류전을 기획했다. 이번 기획은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도예가 토요하라씨가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일 우호교류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센다이에 10년째 거주하는 한국인 교수와 상의하면서 시작됐다. 총영사관으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 예술 교류전 제안이 너무 고마워 공관 다목적실을 선뜻 제공한 것이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지역 NHK TV에도 방영되고 많은 사람이 즐겼다. 문화와 예술은 국경을 초월하여 마음의 아픔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 센다이는 4년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약 1만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주택, 도로 등은 복구됐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지를 잃어버린 상실감과 정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외로운 감정은 피해자들의 마음 한편에 그대로 남아있다.
회화와 조각 작품 등이 전시되고, 한국의 해금과 일본의 사미센이 연주된 전시실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기와 수도가 끊긴 집에서 피난 온 유학생을 포함한 한국인과 일본인 등을 위한 지진 피해자 대피소로 약 2개월간 활용됐던 장소다. 지진 피해자 피난소였던 곳이 한일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장으로 변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연주장소로 변했으니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총영사관 직원이나 현지인 모두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동일본대지진은 재앙이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휴먼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했다. 2011년 3·11 대지진 당시 총영사관 다목적실이 피해자 대피실로 운영되는 동안 지진 피해자이면서도 자원봉사자로 변한 동북대학교 박사과정의 한국 유학생은 피해자 지원활동을 같이하던 총영사관의 누나 뻘 여직원에게 프로포즈를 해서 결혼에 골인했다. 지진피해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서로 알게 된 한쌍의 한일 커플은 도쿄와 센다이를 오가면 2년이나 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지난 5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대지진 속에 꽃 피운 사랑! 결국 사람이 희망이었다.
센다이를 포함한 미야기현 시민들은 지진 당시의 경험을 타 지역에 전파해 유사한 피해를 방지하는 한편 고베 대지진 경험자들과 협동하여 지진피해에 대처할 지혜를 타 지역에 전수하고 지진피해자 지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진피해를 지진피해 예방으로 승화하는 일본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센다이를 비롯한 일본 동북지역은 대지진 발생 이후 한국인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실제 방사능 수치는 서울보다 낮고 다양한 종류의 온천도 많고 골프장과 스키장을 저렴하고 질 높게 즐길 수 있는 데다 쌀과 일본술이 정말 맛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 아시아나 항공은 매일 1회가 주 4회로 감편 된 지 2년이 넘었다. 한국인들이 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이 지역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역사문제와 관련한 외교현안 때문에 양국 관계가 어렵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2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교류해온 이웃국가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사실에 입각해 객관적 시선을 공유하고, 양 국민이 문화를 통해 인간적 소통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계화 주센다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