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선
맹구가 군대에 가기 싫어 자신의 어금니를 모두 뽑고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바로 뒤에 있던 땡칠이가 하품하며 맹구 앞으로 새치기했다. 그 순간 고약한 입 냄새가 풍겨왔다. 잠시 뒤 땡칠이가 군의관 앞에 섰다. 군의관이 아픈 곳이 있느냐고 묻자 땡칠이는 항문에 이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군의관은 땡칠이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확인했다. 그때 땡칠이가 또다시 하품하고 말았다. “대체 얼마나 양치질을 안 했으면 입 냄새까지 뒤범벅이야? 불합격. 앞으로 양철로 만든 쇠 칫솔로 이 닦고 와”라며 소리쳤다.

다음은 맹구 차례. 군의관은 맹구에게 아픈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맹구는 군의관의 손가락을 쳐다보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저는 아픈 곳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양치질을 안 하는 버릇이 있어 입 냄새가 심할 뿐입니다.” 입 냄새란 말에 질린 군의관은 맹구의 입을 손가락으로 틀어막았다.

군의관이 이어 “군대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놈들이 오는 곳이 아니야. 너도 양철로 만든 쇠 칫솔로 이 닦고 와. 불합격”이라며 호통쳤다.

이 얘기에서 ‘양치질’할 때의 ‘양’과 ‘양철’의 ‘양’은 그 뜻이 다르다. 먼저 ‘양치질’은 양지(버드나무 가지)에 접미사인 ‘질’이 붙어 이뤄진 낱말이다. 원래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청소하는 것이 옛날에 이를 닦는 방법이었다. 이쑤시개를 쓰듯 버드나무 가지를 잘게 잘라 사용했다.

그래서 이를 청소하는 것을 ‘양지질’이라고 했는데 ‘이’의 한자인 ‘치’에 연결해 ‘양치’가 ‘양치질’로 변한 것이다.

반면 ‘양철’은 ‘철’에 ‘양’자가 붙은 것인데, 우리가 쓰던 쇠와 달리 서양에서 들어온 쇠인 ‘철’에 ‘양’자를 붙인 것이다. 이 ‘철’에 ‘서양’이 붙어 ‘서양철’이 되고 이것이 바뀌어 오늘날 ‘양철’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서양에서 들어온 물건중에 ‘양’자가 붙어 된 말들이 많다.

/최운선 한국독서논술교육평가연구회 지도교수


■톡톡! 어휘력 따라잡기

다음의 ‘양’자가 붙어 된 낱말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해 보세요.

1) 양동이 2) 양순대 3) 양은
4) 양재기 5) 양회 6) 양행


■지난주 문제 해설

※지난주 문제 해설 생략합니다.


<이번주 정답> *해설은 다음주에

1) 양동이 : 동이는 물긷는 데 쓰는 질그릇. 서양에서 비슷한 것이 들어와 ‘양’자를 붙였다.
2) 양순대 : 서양에서 ‘소시지’가 들어와 ‘순대’에 ‘양’자를 붙였다. 중국 동포는 이를 ‘고기 순대’라고 말한다.
3) 양은 : 구리와 아연, 니켈을 혼합해 만든 쇠. 색깔이 은과 비슷해 은에 ‘양’자를 붙였다.
4) 양재기 : ‘서양 도자기’라는 뜻. ‘자기’에 ‘양’자가 붙여 ‘양자기’가 된 것인데 여기에 ‘이’ 모음 역행동화가 이뤄져 ‘양재기’가 됐다.
5) 양회 : 예전에는 시멘트를 ‘양회’라고 말했다. ‘회’는 서양에서 들여온 회라는 뜻.
6) 양행 : 서양에 다닌다는 뜻으로 ‘다닐 행’자를 붙인 것으로 무역회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