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이철규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얼마 전 휴일은 국내 메이저 여자 골프 중계 시청에 시간을 모두 할애했다.

필드에 서 본 적도, 골프 클럽을 잡아 본 적도 없는 필자가 골프 시청에 빠진 이유는 사심(?)이 담긴 응원 때문이다. 이미 기부천사로 잘 알려진 김해림 선수가 생애 첫 우승 상금 1억4천만 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전날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기왕이면 상금이 더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소감은 많은 사람을 미소 짓게 했다. 김해림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 가운데 유일한 ‘아너 소사이어티’ 멤버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정한 1억원 이상 기부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미 2009년부터 매년 상금의 10%씩 기부해온 김 선수의 기부액은 해마다 늘어나 작년 한해만 3천만원에 이른다. 심지어 적은 액수인 2부 투어 상금에서도 몇 십만원씩 떼어 군청 등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낸 적도 있다. 이에 팬클럽 ‘해바라기’도 김해림이 버디를 할 때마다 1천원씩 돈을 내어 불우 이웃을 직접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 같은 기부행위는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어려서부터 항상 타인에게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몸에 항상 배어 있단다.

최근 필자가 멘토를 해주는 ‘맨딩 재능기부 자원봉사단’학생들이 416단원장학재단에 수익금 500만 원을 기부했다.(경인일보 10월 26일자 10면 보도)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희생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못다 이룬 꿈이 우리 사회에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봉사단원들의 뜻을 모았다. ‘맨딩’은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카이스트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지식재산(IP)영재기업인교육원 출신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삼일공고 2년 연희연 양이 단장을 맡고 경기 학생들의 주도로 전국에서 백여 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연 양은 지난해 교육기부로 대한민국인재상을 수상한 학생 발명가로 학교 기업 ‘코이스토리’의 대표이다. 올해 매출 1억원 가운데 순수익 2천800만원을 이미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얼마 전 국내 기업과 연매출 100억원 협약 체결을 했고 홈쇼핑 연계 회사와도 판매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들은 IP교육원에서 배운 기업가 정신을 그대로 실천해 향후 모든 수익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한다. 맨 땅에 헤딩이란 말에서 따온 ‘맨딩’의 이름처럼 발명 꿈나무들의 도전과 개척, 배려와 나눔 정신이 우리 미래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1.043(2011년 기준)으로 OECD에 가입된 24개국 중 5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적 갈등 관리지수(0.380)는 조사 대상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이었다.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정부 정책의 효과성, 규제의 질, 부패통제 능력, 정부소비지출비중 등이 포함됐다. 연구원은 또 사회갈등지수가 낮은 국가일수록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증가하는데 갈등관리를 10% 높일 경우 1인당 GDP가 1.75~2.41% 늘어난다는 분석 결과를 함께 내놓았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갈등을 치유하고 관리하는 공동 노력에 조금만 힘쓴다면 1인당 GDP 3만 달러를 훌쩍 넘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지도자와 위정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위에 소개한 꿈나무들에게 민망할 정도이다. ‘아무리 강대국이라 해도 국민이 화합하지 않으면 망하고 약소국이라도 화합하면 살아남는다’고 경고한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때이다.

/이철규 경기도교육청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