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은 끔찍하다.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야구선수들이 줄줄이 군에 입대하자 더 이상 메이저리그를 지탱할 수 없게 됐다. 우선 재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야구를 중단할 수는 없는 법. 야구를 보고 싶은 팬들을 위해 구단주들은 여자들로 구성된 야구팀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 1943년부터 1954년까지 6팀으로 운영됐다. 초창기에는 “여자가 무슨 야구?”라는 남자들의 비아냥으로 고전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법 인기를 끌었다. 전쟁이 끝나고 남자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복귀해 메이저리그가 활성화되자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그래도 10년간 리그를 끌고 간 것이 기특할 정도다.
여성감독 페니 마샬이 1992년 메가폰을 잡은 영화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는 이 리그가 제법 인기를 끌었던 시기를 다뤘다. 출연진도 화려해 톰 행크스가 감독 역을 맡았고 지나 데이비스, 로리 페티 그리고 마돈나는 자유분방한 중견수 날라리 메이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마돈나가 부른 OST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이맘때 마돈나가 이 영화에서 입었던 유니폼이 3천4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야구왕국’ 미국에서만 흥행에 성공해 1억7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필요할 때는 애국을 들먹이며 부려먹고, 필요없을 땐 부엌으로 쫓고. 여자라고 그래도 되는 겁니까”라는 명대사도 남겼다.
지난주 용인에서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용인 32개 읍·면·동에서 출전한 780여명의 여자 축구선수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 것이다. 풍덕천1동으로 출전한 최희숙씨가 68세 최고령 선수였고, 상현2동팀으로 출전한 강규옥씨와 최정미씨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2년전 대장암 수술을 했던 이순애씨(성북동팀)는 병마를 극복하고 공격수로 뛰는 등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는 갖가지 사연이 만발했다고 취재기자는 전하고 있다. 여가를 활용해 취미를 살리는 데가 용인시뿐 만은 아니겠지만, 이같은 ‘그들만의 리그’가 전국 시·군에도 확대돼 아줌마들의 삶에 활력소가 되고, 인생의 윤활유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