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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최근 우리사회에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이 단어의 의미와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전개되고 있다. 경기도와 수원시 등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지원기관을 운영하는 등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국회 차원에서도 여야 정치권 모두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비판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와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정치권이 추진하려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첫째, 사회적 경제의 범위가 너무 넓어 법안 적용상에 문제가 불가피하고, 둘째, 정부 차원의 각종 개입정책은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창의와 자유를 존중하는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다. 셋째, 보조금, 세제혜택, 우선구매제도 등과 같은 정부지원책들 역시 정책적 지원 수혜를 먼저 차지하려는 행동을 유발시켜 경제조직의 자발성과 혁신성을 오히려 저해하는 등 경제의 역동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 개념은 정부주도의 유럽 복지국가 모델이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완전고용이 어려워지고 고령화의 진전으로 복지지출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복지국가의 대안을 찾아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혁신적 아이디어로 많은 사회적 조직들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노동당의 블레어 정권은 이를 ‘제3섹터’라는 이름으로 활성화를 시도했고, 그 후 집권한 보수당의 캐머런 정부 역시 ‘큰 사회’라는 명칭으로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의 주체들을 직접 지정하고 이들에게 인건비보조 및 세제혜택 등을 지원하는 한국정부의 방식과는 달리, 영국의 정책은 사회금융시장을 육성해 ‘가장 잘하는’ 사회적 경제 주체들에게 자금지원이 금융시장을 통해 흘러가게 하는 간접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사회성과채권(SIB) 등의 혁신적 방식을 고안해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정부 역할을 사회적 경제 주체들을 통한 간접적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때문에 영국에서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장원리에 어긋나고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사회적 경제 관련 대책을 기존의 정부 직접지원 중심에서 탈피해 사회금융시장을 통한 간접적 지원방식으로 과감히 전환함으로써, 사회적 경제가 사회혁신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류역사는 지난 2세기 반 동안 기술 혁명에 의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나, 이제는 사회혁신이 기술혁신과 접목돼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을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혁신이 활성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그 이유는 소수의 천재들이 만들어가는 기술혁신과 달리 사회혁신은 공공부문, 기업, 사회적 경제 주체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설립된 ‘지속가능경영재단’은 기업, 정부, 지역사회 그리고 사회적 경제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하며, 문제해결 과정에서도 다양한 주체들 간의 협업을 통해 사회혁신을 촉진하고 사회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이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며 위스타트, 무한돌봄센터 등의 사회혁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경기도에서 최우선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