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도 가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70년대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이 점심시간에 식당 앞에서 급식비 미납자 현황을 들고 한 명씩 아이들을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과정에서 급식비 미납 아이들에게 퍼부었던 막말이라고 한다. 학교에 납부해야 하는 수업료나 육성회비를 못내 선생님께 면박을 당하고 집에 와서 부모님께 짜증 부리고 원망하던 어린 시절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기성세대라면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무상급식은 물론 0~5세 보육 및 교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중앙 정부와 관계 부처에서는 모든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 인천은 2011년부터 초등 3~6학년 전면 의무급식을 시행하였고, 그해 2학기에는 1~2학년까지 확대해서 인천의 초등학생 18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중학교는 의무교육 기간임에도 아직 의무(무상)급식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인천시교육청에서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의무급식을 추진하기 위해 세웠던 무상급식비 예산은 번번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되었다. 전국 꼴찌인 인천의 중학교 의무급식에 대한 시민의 질책과 비난은 더 거세지고 있다. 가까운 서울과 경기 지역 중학교는 의무급식을 하고 있는데, 인천은 이렇지 못하니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2016년 인천시교육청에서는 중학교 1학년부터 단계적 의무급식을 다시 추진한다고 한다. 더 이상 아이들의 밥그릇을 놓고 정치 논리를 따지며 정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급식도 엄연한 교육이다. 교사는 학교에 출근해서 8시간 근무를 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교실 또는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챙겨야 할 게 많다. 점심 먹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었는지 확인해야 하고, 뜨거운 국에 데지 않도록 조심시켜야 하고, 정상적인 신체 발달을 위해 편식하는 아이들에게는 강요하지 않고 조금씩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애쓴다. 또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아이들의 먹는 문제에서 교사는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똑같은 밥을 먹는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을 포함해서 9년을 무상 의무교육을 하고 있다. 무상 의무교육 기간에는 누구나 다 똑같은 밥을 먹을 권리가 있다. 아이들은 행복하고 부모는 안심할 수 있는 급식을 먹이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단지, 인천에서 학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의무급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안될 일이다. 두런두런 모여 앉아 재잘대며 마음 편하게 한 끼를 친구들과 사이좋게 먹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어른들의 책임이다. 이미 늦었지만, 인천의 중학교 아이들도 눈칫밥 없는 행복한 밥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이제 유정복 시장이 결단할 때이다.
/최정민 전교조 인천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