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조차 않고 ‘방치’
한국 향한 증오 점점 커져
사회가 나서서 보듬어야
국적 없는 아이들 문제는 아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불법체류자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법과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9월 경인일보에서 ‘국적 없는 아이들’이라는 기획기사를 연재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이주 아동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권리옹호부장은 무국적 아동 신분 증명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1세대 미등록 아동이 성장하는 20년간 한국사회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대로 라면 무국적 2~3세대도 1세대와 비슷한 궤적을 밟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불법체류자 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국적 없는 아이들에 관한 실태조사조차 없는 국내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아동에 대한 양육과 보호의 책임은 부모뿐 아니라 사회에도 있다. 사회가 아동보호를 위한 제도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는다는 건 곧 사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을 보면 ‘이주 아동에게도 출생등록이 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발표된 이후 일부 조항을 놓고 찬성과 반대 여론이 들끓으며 논란이 일었지만, 무국적 아동 신분을 증명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학계에서는 지난 2008년 제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의 한계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법에서 국적허용 대상을 ‘한국 국민과 결혼해 가족을 이루고 있는 외국인 또는 귀화자’로 한정하고 있어 고용허가제로 이주한 이주여성, 이주 노동자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아동, 외국인 유학생, 무국적 외국인 등을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했다는 것이다.
불법체류자 문제를 방치하는 동안 국적없는 아이들은 한국을 향한 증오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재 도중 부모의 나라 미얀마로 돌아간 까뜨린(8) 양은 떠나기 직전 “한국사람들은 모두 악마 같다. 나중에 반드시 혼내줄 거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종우·최재훈·황성규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