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창의적 문자이지만 ‘따뜻한 인간애’에 기인
백성들과 소통하며 역지사지의 배려 뜻도 담아
합리적인 국가운영·포용·화합의 리더십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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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최현배 선생이 작사한 한글날 기념절 노래 가사를 보면 제1절은 한글은 문화의 터전, 2절은 민주의 근본, 3절은 생활의 무기라고 한글의 정신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라고 마무리 된다.

한글은 세종대왕의 참으로 위대한 창제물로 그 힘으로 우리나라가 교육강국 시대를 열었고 한류시대도, IT시대도 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인류 최고의 8천개의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읽기 쉽고 배우기 쉬운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문자로서의 자랑도 있지만 그보다 진정한 한글에 대한 큰 의미는 세종대왕의 따뜻한 인간애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세종대왕의 실록 기사를 보면 이분에게는 따뜻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항상 있었다는데 감동을 자아낸다. 가슴이 따뜻하다보니 언제 어디서나 감싸고 챙겨주어야 할 대상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길을 잃은 아이도 눈에 보여 부모를 찾을 때까지 관에서 잘 보호하라는 세심한 배려, 1426년 아이를 출산한 여종에게 산후 100일의 휴가를 내리라고 간곡히 신하들에게 당부하는 약자에 대한 연민, 이후 노비 출산휴가는 1430년에는 산전 휴가 한 달이 더 추가되더니 1434년에 아내를 돌보던 남편에게도 산후 휴가 한 달을 주어 부부합산 160일의 산전산후 휴가가 내려졌다. 동서고금에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대를 뛰어넘는 복지정책은 오로지 세종대왕의 따뜻한 가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세종대왕은 우리 것을 존중하는 깊은 바탕에서 독창성과 자긍심을 갖추는 일에도 주력하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비록 중국에서 발생한 유교를 도덕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국시로 정했지만 세종은 부단히 우리 것 찾기 운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의학서인 ‘향약집성방’, 농법서인 ‘농사직설’, 우리 음악으로 구성한 ‘종묘제례악’, ‘용비어천가’ 등 우리 문화의 독자적 영역을 넓혔다. 가장 큰 민족적 성과가 한글창제로 이어진 것이다.

세종대왕은 역사 속에서 얻은 혜안을 통해 즉위하자 집현전을 궁궐에 설치하고 인간으로서나 지도자로서 해야할 일, 해서는 안될 일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규범을 세움으로써 절제와 자정 능력을 스스로 키워나가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럼으로써 조선왕조 초기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어받아야 할 유산과 과감하게 변화해야 할 과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전통과 미래를 슬기롭게 조화시켜 나라의 기반을 굳건하게 다져나갔던 것이다.

세종의 한글창제는 말과 글이 다른 모순을 합리적으로 정리하려는 의지와 더 소중한 것은 백성들과 소통하고 역지사지 배려의 뜻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베풀고 세제를 감면해주고 혜택을 주려해도 글을 몰라 지나쳐 버리고 어두운 세월을 사는 백성들에게 삶의 통로를 열어주어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이 한글이었다. 억울한 일이 생겨도 글을 쓸 줄 몰라 호소할 길이 막혀 있는 백성들이 가엾고 안타까워 직접 자음, 모음을 개발하여 그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소통의 창구를 열어주고 광명을 찾아준 글이 한글이다. 만일 세종대왕의 한글창제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부끄러운 민족이 되었겠는가! 어느 나라에 임금이 이렇게 직접 창제한 글을 찾아볼 수 있는가? 이러한 의미에서 1446년 반포된 10월 9일 한글날은 우리 민족이 대대로 기려야 할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다.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도 이 날이 바로 한글을 창제하여 지식의 나눔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자존심을 찾아주고 밝은 길을 펼친 영원한 민족의 큰 스승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 때문이다.

세종은 참으로 인간을 중심에 놓고 가치를 창조하였으며 스스로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우 성실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였다. 세종은 따뜻한 인간애로부터 출발하여 합리적인 국가운영, 균형 잡힌 인재 등용, 포용과 조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높은 이상과 넓은 가슴으로 민족과 미래를 품고 앞날을 열어간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교육을 통해 자긍심과 창의성을 가슴에 새겨주고 이어가야 할 위대한 교훈의 메시지이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