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질은 생각지도 않은채
무조건 따르는 젊은이들과
뜻 모를 ‘I. SEOUL. U’ 브랜드…
지적하기는 커녕 부추기는
우리 사회 지도층들이 문제다

젊은이들이 명절에 귀향하지 않는 게 취직이나 결혼을 못해서라는 보도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들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얼굴을 안 본다고 걱정을 안 하거나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취직이나 결혼 얘기는 서로 삼가면서 얼마든지 즐겁게 지낼 수 있고, 그런 방법을 서로 고민해야 한다. 명절에도 서로 만나지 않으면 가족, 친척간의 사랑은 엷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젊은층이 할로윈데이를 즐긴다는 보도를 접하고 놀랐다. 일부 젊은층만이 미국체험을 추억하며 즐기던 할로윈데이 축제가 점차 확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남의 어린이집이나 음식점 등에서는 특별행사로 젊은 부모와 그들의 어린아이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 행사말고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명절’로 여기는 외국 기념일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석탄일과 성탄절, 밸런타인데이인데, 석탄일·성탄절은 종교적 행사이니 그렇다하더라도 밸런타인데이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그런데 이젠 할로윈데이까지 명절로 여긴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러다간 우리 명절은 하나둘 없어지고 외국축제가 그 자리를 대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 경악스러운 일은 서울시가 결정한 새로운 브랜드다. 브랜드(Brand)의 사전적 의미는 상표(商標)다. 그런데 서울시의 ‘상표’라 하면 어감이 안 좋을 것 같아선지 굳이 ‘브랜드’라 하면서 내세운 것이 “I. SEOUL. U”로, 그 밑에 한글로 “너와 나의 서울”이란 설명이 붙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I와 SEOUL 밑에 마침표(?)가 찍힌 것으로 보아 이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읽지 말라는 모양인데, 그것이 어떻게 “너와 나의 서울”로 해석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언제부턴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하듯 만들어낸 ‘브랜드’가 대부분 영어와 한글의 이상스런 조합이어서 많은 비판이 있었다. 한글과 외래어의 억지스러운 결합은 비단 지자체의 상표에 한정되는 게 아니다. 아마도 ‘시월愛’라는 영화 제목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은 이런 조어(造語)는 사회 각분야에서 마구잡이로 쓰여 한글문법의 근본을 교란하고 있다. 요즘 지식인들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멘붕’이란 단어가 대표적 예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오래 전에 이런 광고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쓰레기통이라 하기엔 너무 아까워 더스트 박스라 이름 지었습니다.” ‘쓰레기통’을 영어로 번역하면 ‘더스트 박스(dust box)’가 되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똑같은 물건이라도 우리말로 하면 더럽고 영어로 하면 깨끗하다고 생각한 걸까.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한글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아름답다고 칭찬하는데 정작 우리는 한국어를 멸시하고 배척한다. 그리곤 외국축제의 본질은 생각지도 않은 채 무조건 따른다. 올 연말 성탄절에도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예수탄생의 종교적 의미를 망각한 채 향락의 밤을 보낼지 모른다.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나무라기는커녕 부추기는 이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다.
/장영우 동국대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