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옆에다 느낌표 하나 심어놓고 꽃 옆에다 느낌표 하나 피워놓고 새소리 갈피에 느낌표 구르게 하고 여자 옆에 느낌표 하나 벗겨놓고
슬픔 옆에는 느낌표 하나 올려놓고 기쁨 옆에는 느낌표 하나 웃겨놓고 나는 거꾸로 된 느낌표 꼴로 휘적휘적 또 걸어가야지 정현종(1939~)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사람의 마음은 향기나 빛깔이 없어서 코로 냄새를 맡거나 눈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으므로 소유하지 못한다. 오직 마음은 느낌으로 온다. 느낀다는 것은 개별적으로 감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의 느낌을 완전하게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나무’를 심듯 ‘꽃’을 피우듯 ‘새소리’를 듣듯 ‘여자’를 보듯 대상 속에서만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마음의 실체는 없지만 사물의 구체성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깨닫는 것이다. ‘슬픔’과 ‘기쁨’도 울고 웃는 표정 속에서 그 느낌이 전달된다. “거꾸로 된 느낌표 꼴” 같이 머리를 하늘로 두었기에 ‘휘적휘적 또 걸어’가는, 우리는 ‘고독한 마음 꼴’을 위태롭게 달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