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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좀처럼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말―‘혼네(本音)’를 표현하지 않는다. ‘타테마에(建前, 立前)’가 보통이다. 건축에서 대들보를 올린다는 뜻도 있지만 장사꾼이 물건 팔 때 얼렁뚱땅하는 말이 ‘타테마에’다. 더구나 첫 대면에서 본심을 드러내거나 화끈한 배려(키즈카이)를 하는 예는 드물다. 아베 일본 총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조기 타결키로 합의했다고 해 놓고 귀국해서는 딴소리였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처리 때 포함됐던 일이라고. 그런 아베의 본심도 모르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가 묵을 호텔에 빨간 장미 다발을 보내 환영했다는 거 아닌가. 지난 8월 서대문형무소 앞에 무릎 꿇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5일 서울대 강연에서 그를 맹비난했다. 위안부 문제 등 그의 역사 몰인식을 비판했고 집단자위권 등 군국주의 부활도 우려했다.

‘유키오’라는 이름엔 두 명이 유명하다. 앞의 하토야마 유키오와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다. 후자는 망언 제조기인 전 도쿄도 지사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와 함께 전후(戰後) 일본 문학 산맥인 ‘태양족(太陽族)’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였다. 신경숙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그 소설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45세 때 일본 평화헌법에 반대, 할복자살한 열혈 극우파 작가였다. 아베는 그를 존숭하고 그 또한 저승에서 아베를 향해 손바닥이 터지도록 손뼉을 쳐댈 거다. 자신이 할복하면서까지 반대했던 평화헌법을 아베가 45년 만에 말살, 전쟁헌법으로 되돌렸으니 오죽 시원하겠는가. 미시마 유키오와 이시하라 신타로(1932~)는 나이가 7년 차였지만 절친한 극우 작가였다.

그런데 하세 히로시(馳浩) 장관은 또 뭔가. 중국 난징(南京)대학살 기록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되자 분담금을 중단하겠다며 협박하더니 이번엔 또 기록유산 기록 제도를 개선하라며 6일 이리나 보코바(Bokova) 유네스코 사무총장 할머니(63)를 윽박질렀다. 히로시는 1987년 프로레슬링 주니어헤비급 세계챔피언이었다. 그런 그가 체육부장관도 아닌 문부과학부장관이 된 거다. 역사를 짓뭉개는 일본인도 가지가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