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취업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토익의 개정으로 기존에 나와 있던 교재와 강의자료 등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구직자들은 새로운 토익에 적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9일 오후 수원시내 한 서점에서 대학생들이 토익 책자를 고르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실력반영 미흡 ‘무용론’ 불구
편의성때문 ‘채용’ 중요역할
내년 6월 문항·난이도 달라져
교재등 ‘학습·경제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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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토익(TOEIC)이 바뀐다. 그동안 토익은 지원자의 영어 실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고 업무 연관성 또한 낮다는 이유로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점수제가 주는 편의성과 대체수단이 없다는 점 때문에 필요악으로 취업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구직자들은 새로운 토익에 적응하기 위해 강의·교재 등 또다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때문에 구직자들은 기존 토익 중심주의를 타파하고 각 기업의 채용기준을 현실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인일보는 개정된 토익을 중심으로 기업 채용 전형의 문제점을 진단,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토익 문제의 출제와 개발을 맡은 미국 ETS는 지난 2011년 전 세계 토익 응시 인원이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한국의 토익 응시 인원은 210만 명으로 전 세계 응시자의 무려 40%를 차지했다. 한국에선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200만 명 이상이 토익시험에 응시하고 있고 올해 응시자 역시 2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토익이 한국시장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갖는 것은 토익 점수만으로 지원자들의 성실도나 노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채용 절차상의 편의성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6월부터는 이러한 토익의 ‘편의성’이 크게 줄어들어 구직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항 변경으로 인해 전체 난이도가 올라갈 뿐 아니라 출제 유형·사용 어휘 등도 달라져 학습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픽 참조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존 ‘구 토익’시험을 치른 사람이 ‘신 토익’ 응시자와 비슷한 점수를 받더라도 신 토익 응시자가 유리한 평가를 받는 채용상 역차별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구직자들은 때 아닌 날벼락을 맞게 됐다. 취업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토익을 언제 응시하는 게 유리한 건지도 막막한 데다 기존 교재·강의가 모두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이지은(25·여)씨는 “개정으로 강의를 다시 들어야 하게 됐으니 결국 개정은 토익 학원만 배불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토익 응시자는 1천219만 명, 응시료는 무려 4천842억원에 달했다. 사교육 업계는 취업용 영어 사교육 시장의 규모를 1조8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토익 개편과 맞물려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청년 유니온 관계자는 “취업시장에서 영어가 반드시 필요한 직종은 극히 일부인데 토익성적 때문에 청년들이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고 있다”며 “토익 중심의 취업시장에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할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준우·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