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금 힘들여 고생하면 다른 사람이 훨씬 편해지는 것이 자원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하라고 강요해서 될 일도 아니잖아요.”
지난 4월 창단한 '인천시 긴급 SOS봉사단' 이규현(49) 단장의 얘기다. 서구 석남2동에서 조그만 전자제품 공장을 운영하는 이 단장은 '한국 911 무선봉사단' 단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5년전부터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을 시작하면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계기가 돼 인천시자원봉사센터의 제의로 '긴급 SOS 봉사단'을 구성하게 되고 초대 단장으로 부임했다. 이 단장으로부터 긴급 SOS 봉사단에 대해 들어봤다.
-긴급 SOS 봉사단이란.
“SOS봉사단은 재해 발생시 민간차원에서 의료, 인력, 장비, 통신 등 종합적 지원과 봉사를 하는 단체예요. 모두 6개 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가천길병원과 인하대병원, 경인여대, 인하공전, 굴삭기와 화물차 등 중장비 기사, 아마추어 무선통신 회원 등 800명이 넘는 회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예상되는 재난도 있지만 대부분의 재난은 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재난을 예방하고 또 발생시에는 체계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지금은 재난 발생을 최소화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태풍이나 화재에 대비해 인천지역의 가로수나 간판, 하수관 등 각종 시설물을 주의 깊에 살피고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은 것들은 관계기관에 바로 연락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태풍 매미로 수해가 발생한 강원도 삼척 도계지역에서 2박3일 동안 복구작업을 도왔습니다.”
-재해와 관련해 인천의 실태는.
“인천의 경우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 사건 이후 아직까지 큰 재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곳이 많습니다. 재해가 없다고 안이하게 대처하면 나중엔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어요. 예방이 중요합니다.”
-활동에 어려운 점은.
“자원봉사자들이 밖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얻은 정보를 알려주는데도 오히려 관에서 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럴 때 마다 봉사자들의 사기가 꺾여 소신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소년선도를 하는 경우 경찰들이 “왜 이런 일을 하느냐”며 사이비 봉사단체쯤으로 여겨 핀잔을 주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지난 번 장마때 하수관이 막혀 물이 차올라 차량이 통행하지 못해 모 구청에 연락을 했더니 오히려 화를 내더군요. 그래서 저희들이 막힌 하수관을 뚫었습니다. 그 때 회원들이 “왜 우리가 욕을 먹어가면서 이 일을 해야하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더군요. 내가 조금 힘들면 다른 사람이 편하지 않느냐고 다독거렸지만 마음이 상당히 아팠습니다. 지금은 시청과 인천지방경찰청에 HAM을 설치해 회원들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많이 좋아지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창단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아 전체 회원들이 재난발생에 대한 활동 경험이 없어요. 그래서 시 소방본부하고 종합적인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입니다. 재해가 난 것으로 가정하고 통신과 의료, 장비, 물자 등이 신속히 지원되고 봉사할 수 있는 경험을 충분히 쌓을 생각입니다. 또 앞으로 회원도 늘려 인천시민 모두가 긴급 SOS 봉사단원이 될 수 있도록 홍보와 캠페인도 벌일 생각입니다. 회원들이 사비를 들이다 보니 자금이 많이 모자라 현재 일부 불우시설에 대해서만 전기시설 공사를 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봉사활동을 더 확대할 생각입니다.”
자원봉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정작 사업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이 단장은 “그래도 남을 위해 내가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월요초대석] '인천시 SOS 긴급 봉사단' 이규현 단장
입력 2003-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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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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