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타깃으로 하는 신출귀몰 '해머절도단'이 출몰, 수원·용인 등 수도권 남부지역의 휴대폰 및 대형 가전대리점들이 줄줄이 털리고 있다.
절도범들은 하룻밤새 1시간 간격으로 2곳을 털어가는가 하면 불과 1~2분만에 범행을 마치고 도주, 사설경비업체는 물론 경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2시40분께 용인시 기흥읍 신갈리 SK텔레콤 대리점에 2~4인조로 추정되는 도둑이 들어 매장에 진열된 휴대폰 40대 1천700만원 어치를 싹쓸이 해 갔다. 범인들은 공사장에서 쓰이는 해머를 이용해 12㎜ 두께의 현관 유리문을 부수고 2분여만에 일을 끝낸뒤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이튿날인 6일 오전 2시께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 H 가전제품판매점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4천만원 상당의 노트북 10대와 캠코더 8대가 털렸고, 불과 1시간뒤에는 권선구 권선동의 또다른 대형가전매장인 S 판매점에서 3천400만원어치의 노트북 9대와 휴대폰 26대가 도난당했다.

영통동 매장의 경우 범인들은 공사장에서 쓰이는 쇠지렛대를 이용해 유리문을 들어올린뒤 침입했고, 권선동에서는 해머로 현관 유리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사흘뒤인 9일 오전 4시20분께 수원시 팔달구 원천동의 SK텔레콤 대리점에 역시 해머를 이용한 절도범들이 침입, 진열된 휴대폰 36대를 털어갔고 하루뒤엔 용인 김량장동의 SK텔레콤 대리점에서도 휴대폰 40대를 훔쳤다.
현재까지 본보 취재팀이 확인한 대리점들의 피해규모만 5곳 1억2천여만원에 이른다.

이 밖에도 수원과 안양, 평택지역의 주로 휴대폰 대리점에서 동일 수법의 절도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업계에서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적어도 10곳 이상의 매장이 털렸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 매장에는 대부분 CCTV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야간에 작동이 되지 않는 곳으로 범인들은 휴대폰이나 가전대리점의 운영실태를 잘 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등 휴대폰 대리점과 대형 가전제품판매점 관계자들은 불안에 떨면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원 원천동의 SK텔레콤 대리점 직원들은 매일 퇴근하기전 모든 휴대폰을 창고로 옮겨 보관하고 있고, 수원 권선동 가전매장은 현관유리문에 방탄필름까지 입혔다.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매장들도 “더이상 경찰만 믿고 있을 수 없다”며 CCTV를 설치하는 등 방범시설을 강화하고 있다.

한 휴대폰 대리점 주인은 “요즘엔 업주들간의 아침인사가 '간밤에 별일 없으셨나요'가 됐을 정도다”며 “이번엔 또 어떤 매장이 털릴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