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연관성 떨어지는데 고집
취준생 어학에 돈·시간 ‘허비’
논술·NCS 활용 차별화해야


“대학생활 대부분이 토익 공부입니다. 제 직무에 맞는 직무 능력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취업을 준비중인 신한대학교 토익 스터디 학생들의 하루 시작은 오전 6시부터다. 졸린 눈을 비비고 눈을 뜨자마자 듣기영역 100문제를 푼 학생들은 오전 9시 첫 강의 시작 전까지 오답체크를 한다. 이후 수업이 끝난 뒤 다시 만나 단어시험과 모의평가까지…. 이들은 이렇게 하루에만 7시간씩 토익 공부에 쏟고 있다.

공기업 입사를 꿈꾸는 이 학교 장모(23·여) 학생은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토익 고득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왜 굳이 토익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취업준비를 위해 월 평균 26만8천600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6.3%가 어학시험 및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 수강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구직자들이 토익 등 자격시험 때문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게 되면서 지원자들 뿐 아니라 일부 기업 역시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채용시장 구조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 첫 채용과정에서부터 지원자들에게 토익점수 등 어학 성적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재단의 주요 업무가 박물관·미술관 관련 전시를 기획하거나 문화 관련 사업 추진 및 문화시설 운영 등이라 영어와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단 인사담당자 윤동현씨는 “토익이라는 정형화된 스펙이 문화재단의 일과 연관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채용과정에서 제외했다”며 “대신 논술시험을 통해 문화 전반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데 이런 방법으로 채용한 직원이 실제 업무 적응력도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탈(脫) 스펙 채용이 일부 기업이 아닌 취업시장 전반에 대중화되기 위해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개발한 NCS는 직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기술·소양을 산업부문별로 체계화한 평가다.

NCS에 따라 채용 과정을 설계하면 자기소개서 문항과 필기시험 문제, 면접 질문이 모두 직무와 연관된 항목으로만 이루어지면서 구직자에게 토익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요구하지 않게 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NCS가 활성화되면 산업별·직무별·기업별로 차별화된 채용 과정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어학성적 등 획일화된 스펙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준우·신지영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