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공만큼 작고 입냄새 억제시키는 ‘키스 사과’
껍질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 ‘각종 질환예방’ 탁월
깎는건 ‘알맹이 버리는셈’… 통째로 먹어야 제맛


정경호 소장
정경호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장
‘키스(Kiss) 사과’라는 것이 있다. 탁구공만큼 작고, 먹으면 입 냄새를 없앨 수 있는 사과다. 이 키스 사과를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에서 2014년에 개발했는데 ‘루비에스(Ruby-S)’라는 품종이다. 과실은 탁구공보다 약간 더 큰 100g 정도로 앙증맞다. 이 품종은 맛과 저장력도 뛰어나며 학교, 회사 등의 단체 급식용으로도 제격이다.

그런데 왜 키스 사과가 필요할까? 성인의 30% 정도가 입 냄새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입 냄새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상대방이 대화를 꺼리고, 본인 스스로도 대인관계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입 냄새를 없애는 보편적인 방법은 치아를 자주 닦거나 구강세척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또는 녹차나 커피, 홍차 등을 마셔도 입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과가 입 냄새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과는 어떤 작용으로 입 냄새를 억제할까? 입 냄새는 불결한 구강 위생, 잇몸 질환, 충치, 침 분비 감소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나, 주로 구강 내의 혐기성 세균이 음식물 찌꺼기나 침출액 등을 분해할 때 발생한다. 입 냄새의 주된 원인 물질은 메틸메르캡탄, 황화수소, 디메틸설파이드 등의 휘발성 황화합물이다. 이 중에서도 메틸메르캡탄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입 냄새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하다.

국내 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사과 과육의 갈변 반응에서는 퀴논(o-quinone)이라는 중간산물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메틸메르캡탄을 비휘발성화 시킴으로써 입 냄새를 억제시킨다. 사과를 즙을내 얻은 추출물의 메틸메르캡탄 억제 활성을 측정한 결과, 표준용액에 사과 추출액 10mg/㎖를 첨가의 경우 73.5% 정도 구취가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화학작용 말고도 사과를 먹음으로써 증가하는 침 분비나 치아 속의 음식물 찌꺼기가 제거돼 입 냄새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사과를 먹으면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더욱 매력적이다.

서양에는 ‘하루 사과 하나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한 건강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사과가 건강에 좋은 10가지 이유를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과학적으로도 그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 그야말로 명품 예방약이다.

사과는 껍질째 먹어야 더 좋다. 그럼 사과 껍질 속에 들어 있는 기능성 물질 몇 가지를 살펴보자. 사과 껍질 속에만 존재하는 우르솔산은 비만·노화 예방에 도움을 주고, 올레아놀릭산은 각종 암세포 생장을 억제시킨다. 퀘르세틴, 프로안토시아니딘과 같은 플라보노이드는 펙틴과 더불어 혈중 콜레스테롤 중 저밀도 지방산(LDL)을 낮춤으로써 혈압을 낮춘다.

자살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주된 사망 원인이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이라고 한다. 이 질환 예방에 사과가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류농약에 대한 염려나 습관으로 껍질을 깎고 먹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알맹이는 버리고 찌꺼기만 먹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잔류농약은 국내 생산 과실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더욱이 맹독성, 고독성 농약도 이미 퇴출 되었으며 사용되는 농약도 며칠이면 완전히 분해되고, 수확 전에는 살포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껍질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농약으로 불안하다면 식초나 레몬즙을 넣은 물로 씻은 다음 흐르는 수돗물로 씻은 후 먹으면 된다.

사과가 젊은이들의 달콤한 사랑과 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는 과일이 되길 기대하며 국산 사과 품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한다.

/정경호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