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작품들의 만만찮은
문학적 역량 보여주는 무대
올해도 젊은 문학도들이 등단
인문정신을 지켜가면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미학적 보루로 남길 바란다
보통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신인 등용문이라는 성격이 애초부터 가질 수 있는 도전과 모험 정신보다는, 고전적 성찰과 인생론적 성향을 줄곧 보여왔다. 이는 물론 신춘문예가 톡톡 튀는 실험 의지의 작품보다는 두루 모양새를 안정되게 취하고 있는 이른바 ‘모범생’ 작품을 줄곧 뽑고 있다는 관행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 외에도 우리 시대가 그동안의 정치성 및 실험성의 과잉을 반성하고 문학 본유의 고전적 통찰력과 서정성으로 회귀하고 있는 보편적 현상을 신춘문예 역시 부분적으로 반영한 측면 또한 수긍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신춘문예가 지향하는 일종의 ‘모범답안 증후군’은 여전히 지속되어갈 가능성이 높다. 알맞은 길이(지나친 단형이나 장형은 기피된다)와 단아하게 짜여진 사유(지나친 난해 작품이나 문맥 소통이 불편한 경향 역시 기피된다), 그리고 소통이 편안한 문장에 얽매이는 것이 그 공통 경향일 것이다. 그래서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보편적으로 공유 가능한 주제와 그것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기법에 기대기 쉽다. 이러한 속성들이 말하자면 신춘문예 당선작들의 주된 인상일 것이다. 여기서 새삼 강조할 것은, 우리 시대의 젊은 문학적 주체들이 깊은 관찰력과 삶에 대한 고전적 성찰 그리고 신선한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 모든 것들이 적지 않은 시간의 적공(積功)이 아니고는 이를 수 없는 미덕들이다.
물론 신춘문예라는 연례적 관행이 한 해 한 해의 문학적 흐름과 방향을 적시하는 역할을 하는 데는 여전히 미흡한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지원자들은 자신의 독자적 미학을 소신껏 펼치기보다는 일종의 모범답안을 만들어 심사위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기획을 다소간 하게 되고, 당선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새로운 좌표를 세워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모범생들을 통해 학교 현실을 진단할 수 없듯이,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통해 한 시대의 저류(底流)를 모두 다 들여다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신춘문예는 기성 문단으로 나오기 직전, 일종의 자기개진과 자기은폐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 한계를 감안하면서도 우리는 신춘문예 제도의 순기능과 그 파생적 힘을 믿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신춘문예의 치명적 한계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돌올한 매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신춘문예 응모에는 여전히 시나 소설 부문에서 다량의 투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당선작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하면서 신춘문예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사위원들의 감식안과 판단력이 중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작품들이 만만찮은 문학적 역량과 형상력을 보여주는 터라, 아직도 문학을 향한 젊은이들의 등단 무대로서의 신춘문예는 그 신뢰감이 지속될 것이다. 이처럼 올해도 신춘문예가 우리의 젊은 문학이 인문 정신을 지켜가면서도 활력 있게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미학적 보루로 남을 수 있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리고 경인일보 신춘문예에도 많은 응모가 있어서, 오랜 전통을 훌륭히 이어가게 되기를 마음 깊이 희원해본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