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형태 변화는 유책주의서
파탄주의로 형성돼 왔으며
국가개입이 점점 줄고있다는 것
자녀양육·재산분할 문제등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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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으로 대별할 수 있다. 지난 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협의이혼은 8만9천700건이었고, 재판이혼은 2만5천800건이었다. 부부의 한 당사자는 민법에 규정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이혼에 관한 우리 법의 특징은 상대적 이혼원인주의를 채용하여 개별적 이혼원인 이외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이유가 있을 때에도 이혼을 인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원인에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있다. 유책주의란 배우자 중 일방이 혼인 의무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한 해 상대방에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그 기능은 이혼원인을 제한하여 혼인을 유지하고, 파탄의 책임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파탄주의란 부부당사자의 책임을 묻지 않고,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그 기능은 이미 파탄되어 회복 가능성이 없는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데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파탄을 이유로 책임이 없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정된다. 즉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기조로 유지하면서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이 판결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6월에 공개변론을 열고 생방송 중계를 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모았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전면적으로 파탄주의가 도입될 것인가가 문제였다. 대법원은 15년 전 혼인 외의 딸을 낳자 가정을 떠나는 등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책임이 있는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서, 남편은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근본적으로 반하고, 배우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을 시인하는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혼인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원하지 않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서는 이혼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한 판결이었고,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법적 조치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파탄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대법관들의 입장은 서로 대립했는데, 파탄주의 입장으로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또한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로는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러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판단할 때에는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이혼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혼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이혼은 발전방향에서 보면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형성되어 왔으며, 이것은 국가 개입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혼 후의 자녀 양육, 면접교섭권 재산분할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이혼원인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으나 사회의 변화 속도를 고려한다면 판례의 입장도 언젠가는 바뀔 가능성은 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젊은 부부의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부부간에 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진다면 서로가 남이 되는 이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