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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64괘 가운데 겸손하다는 겸괘가 있다. 겸괘는 높은 산이 낮은 땅 아래에 있는 상으로 자신을 낮추는 뜻이 있다. 謙이란 한자를 보면 말씀 言과 아우를 兼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자존만 아니라 남의 자존을 아울러 배려하고 말하다 보니 그 말이 자연 겸손해진다는 뜻도 있다. 공자는 겸괘를 풀이하면서 하늘과 땅과 귀신과 사람의 겸손에 대해 그 원리를 아울러 밝혀놓았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형세와 귀신의 조화와 사람의 감정은 모두 겸을 지향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이들 모두가 꽉 차있는 곳에서 겸허한 곳으로의 흐름을 바라며 동참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사람의 감정이 겸을 지향하는 양상에 대한 표현이 惡盈好謙인데 인정은 꽉 찬 사람을 미워하고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꽉 채워지길 원한다. 그것이 현세적인 재물이나 권력이든 아니면 자존감이든 대상이 무엇이든 충만하게 소유하고 싶어 한다.

차면 덜리고 비우면 다시 채워지는 자연의 섭리는 눈 감은 채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의 욕구를 추구해나가려는 경향이 있다. 정신적인 차원의 욕구를 추구한다는 신앙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구촌 자기 머리에 이고 있는 하늘만 가장 높고 다른 사람 머리 위의 하늘은 낮다고 생각하는 오만하고 빗나간 신념은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테러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늘에 대한 신앙을 팔아 하늘을 짓밟는 狂氣는 謙의 섭리에 대한 몰지각과 獨善에서 생겨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