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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잦다. 처량한 비―처우(凄雨)라는 가을비가 내리면 쓸쓸한 상념에 빠지는 게 남정네다. ‘춘사녀추사남(春思女秋思男)’이라고 했던가, 여자보단 남자들 마음이 더욱 쓸쓸해진다. 더구나 드높은 가을 하늘을 끌어내리는 심술궂은 가을비라니! 그러나 금년 가을비는 다르고 잦아도 반갑다. 40년만의 혹독한 가뭄 탓이다. 하지만 가뭄 해소엔 어림도 없다. 특히 자심한 충청도는 잦은 가을비에도 보령 댐 수위가 겨우 20%라는 거다. 그런데 4대 강물만은 차 있어 그걸 끌어다 쓰기 위한 지류 지천(支川) 도수로(導水路) 공사 예산 1천450억원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고 1천억 원이 더 든다고 했다. 그러니 그런 소리를 듣는 MB의 심사가 어떨까. 터져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참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리도 반대들을 해대더니만 것 봐라 이 X들아! 발칙한 X들 같으니라고!’ 중얼대며….

서울 도심의 청계천 신화를 창조한 MB가 막대한 예산으로 4대강 정비에 나설 때 반대가 얼마나 거셌던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느니, ‘대재앙’이라느니. 야당뿐 아니라 당시 친박계 의원들도 그랬다. 4대강엔 22조원이나 쏟아 부으면서 복지예산은 없다는 둥. 더욱 한심한 건 ‘사실상 4대강 연장 공사가 아니냐’는 엊그제 야당 소리에 그건 아니라는 여당이다. 아니긴, 4대강 지류 공사가 4대강 공사 연장이 아니라면 그럼 뭐라는 귀신 뭐 까먹는 소린가. 4대강 공사 때 MB정부 말고 거의 모두들 반대했지만 본지 ‘참성단’만은 유일(?)하게 ‘4대강(死大江) 살리기’라는 제목(2009년 11월 26일)으로 정비 공사를 찬성했다. 강을 살린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했다. 센 강의 프랑스, 뫼즈(Meuse)강의 벨기에도 그렇고 독일의 라인 강은 바로 ‘아버지의 라인 강(Der Vater Rhein)’이라고 상기시켰다.

4대 문명발상지가 아니더라도 인류문명은 강을 끼고 번성했고 바로 그 강물을 마셨다. 왕도(王道)라는 것도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기본이었다. 한강만 해도 1925년 을축년 장마 때 범람, 남대문까지 황토물이 찼었다. 전두환 정권 때 준설공사를 안 했어도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잠겼을지도 모른다.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할 MB 쪽에 박수를 보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