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버린 엄청난 쓰레기를
처리 못하면 지구는 죽어갈것
온전한 녹색환경 유지하려면
해마다 사계절이 돌아가듯
폐기물 자원도 순환시켜
에너지화 하려는 노력 필요


이재현사장(기고)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겨울이 찾아든 거리에는 가을이 남기고 간 낙엽들이 흩어져 있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낙엽이지만 길 위에 떨어진 낙엽들은 바스러져 먼지가 날리고 배수로를 막는 등 문제를 일으켜 환영받지 못하는 쓰레기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낙엽을 쓰레기로 분류해 처리한 비용은 한 해 수억 원에 달했다. 이에 서울·대구·강원도 등에서는 낙엽을 폐기하는 대신 친환경 퇴비로 재활용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낙엽의 퇴비화는 경제적 낭비도 줄일 뿐만 아니라 환경도 지키는 일거양득의 ‘자원순환’을 실천한 적절한 예이다.

자원순환에 대한 관심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독일에서는 1980년대에 세계 최초로 폐기물 분리·선별 기술을 개발해 고형연료인 RDF를 생산해 오고 있다. RDF는 폐기물 중 가연성 물질을 추출, 고형화 처리한 다음 재생에너지로 화력발전소 등에서 보조연료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원순환사회촉진법을 제정하고, 오는 2020년까지 가용 폐자원을 전량 에너지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자원순환사회’를 환경 분야의 최대 화두로 삼은 것이다. 수도권매립지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대표적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매립지’ 하면 단순히 쓰레기를 매립 하는 곳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는 지난 20여 년간 ‘폐자원은 곧 에너지’라는 모토 아래 매립지를 푸른 희망이 자라나는 녹색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수도권매립지는 매일 200t가량의 생활쓰레기를 RDF로 만들고 음식물 폐기물에서 한 해 1천660대의 버스에 공급 가능한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 세계 최대 규모인 50MW 매립가스발전소에선 폐기물 매립 후 발생되는 매립가스로 전력을 생산, 지난해 551억 원 가량을 벌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 발생하는 음폐수를 활용해 1일 약 2만5천㎥의 바이오가스를 생산, 한해 1천660대의 버스에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폐기물을 에너지화하는 과정은 단순히 자원을 생산하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매년 봄·여름·가을·겨울로 순환하는 계절처럼 폐기물이 자원이 되고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환경 선순환의 고리. 이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이자 미래가치 창출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다의 수증기가 증발해 구름을 만들고 구름은 다시 비로 되어 땅으로 내려온다. 그토록 단단했던 쇠붙이도 시간이 지나면 녹쓸어 토양의 한 입자로 돌아간다. 우리의 인간 생활도 먹으면 배설 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편리성을 위해 만들었던 모든 것을 폐기해야 하는 등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발생시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이 버린 이러한 쓰레기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지구는 2008년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은 디즈니-픽사의 ‘월-E’라는 영화처럼 온통 쓰레기로 뒤덮인 거대한 매립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쏟아낸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 결국 지구를 버리고 떠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에너지로 거듭날 수 있는 폐기물을 전량 에너지화하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이 순환하듯이 자원도 순환돼야 우리의 환경이 온전하고 지구도 온전해질 것이다. 계절의 순환기에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4계절만큼 자원순환의 생각과 실천의 각오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