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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석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장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1986년 ‘위험사회’란 저서를 통해 서구를 중심으로 추구해온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이 실제로는 가공스러운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합리성을 토대로 이룬 근대화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컨트롤할 수 없는 위험성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게 ‘원전’인데, 이 합리적인 선택엔 1986년 체르노빌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따라온다. 대한민국도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대규모 재난 사고를 수차례 경험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1971년 대연각 호텔 화재로 자동 소화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고층 건물에 설치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에는 구조·구급 시스템이 소방을 중심으로 체계화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국무총리 직속의 국민안전처가 출범하게 됐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근대화 속 사회 발전과 더불어 파생되는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인데도,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기심으로 변화와 발전을 추구해왔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위험이 너무 많아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 인프라, 문화는 함께 변하지 못했다. 달라진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위험과 불안감이 더 커졌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변화와 발전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국민들이 재난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다. 이 국민안전처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는데, 우리 사회는 그동안 주변의 위험 요소들을 상당히 감소시켜왔다. 안전 관리 시스템을 변화시켰고 안전을 위한 사회 인프라의 확충, 안전 문화의 정착을 위한 노력에 힘써왔다고 할 수 있다.

지방 정부도 같은 맥락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난안전본부를 도지사 직속으로 해 소방 중심의 재난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다른 지자체가 소방과 안전 관리를 분리 운영하는데 반해, 도는 이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도는 또 태풍과 집중 호우 등 자연 재난을 대비해 매년 700여억원을 투입, 위험 지구 정비 사업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향후 8년간 매년 500명의 소방공무원을 증원하고 30여개의 소방안전센터를 신설하는 야무진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안전하고 따뜻한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남경필 도지사의 강력한 의지를 토대로 추진되고 있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안전 문화정착은 리더의 강력한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든 도민이 함께 동참하지 않으면 안전 문화를 바꿀 수 없다. 우리 의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주위에 언제든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이 무슨 일을 할 때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선진 사회로, 따뜻하고 복된 사회로 발전하려면 사회 안전이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실천하지 않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급속한 발전으로 수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하며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강태석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