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을 받는 청소년들이 공예품을 만들어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저개발국 어린이 돕기에 나섰다. 한때 빗나간 생각으로 현재 의정부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이들은 나눔을 통해 반성 이상의 값진 교훈을 얻고 있다.

이들이 해외 어린이를 돕게 된 것은 지난해 한 보호관찰 청소년이 공예품을 만들어 라오스의 한 어린이를 도우면서부터다.

다른 보호관찰 청소년이 하나둘 ‘사랑의 공예품 만들기’에 동참하면서 이들은 아예 ‘의형제해외봉사단(Good Brother Volunteers)’이란 동아리를 만들어 해외 어린이 돕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공예품을 만들어 지금까지 매달 라오스 어린이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보호관찰소 측은 ‘보호관찰제도 시행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들의 봉사를 응원하고 후원하고 있다. 평소 보호관찰 청소년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법사랑의정부지역보호관찰협의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4월 의형제봉사단은 필리핀 해외봉사를 위해 그동안 만든 도자기와 생활공예품 150여 점을 전시했다. 김명달 협의회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웨딩홀을 전시장으로 기꺼이 내놓았고, 보호관찰소 직원과 협의회 회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전시장을 찾아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법사랑보호관찰협의회의 별도 후원금과 전시회 수익금 2천500만원으로 봉사단은 지난 15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필리핀의 오지 올랑고 섬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이들은 이곳에서 예체능 수업지도, 생활공예품 만들기, 집 고치기, 맹그로브 나무 심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며 어려운 어린이들과 함께했다.

봉사단 회장인 황모(17)양은 “지난 7개월간 도자기와 생활공예품을 만들면서 때론 귀찮고 힘들어 게으름도 피웠는데 필리핀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나라도 더 만들었으면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후원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봉사단을 후원하는 법사랑협의회 김 회장도 “해외봉사를 통해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깨닫고, 넓은 세계의 경험을 통해 호연지기를 길러 사회에 꼭 필요한 일꾼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의정부/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