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한 방울 내 입술에 와 닿을 때 그 차가운 꽃 내 더운 살갗에 묻어 스러질 때 그 작은 침에 찔린 뾰족한 아픔이 성냥불 그신 듯 화르륵, 입술 잔주름 위를 축지법으로 번져나갈 때 그 아픔 얼마나 달콤했는지 까마득히 달아나도 사라지지 않는 당신을 처음 만났던 순간 방민호(1965~)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세상에 모든 ‘처음 순간’은 도달하고 있거나, 도달해 있다. 지나가 버린 ‘처음’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설렌다. 거기에 다가온 사람들은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면서 살고 있는 줄 모른다. 첫사랑의 첫키스 같이, 갑작스러운 입맞춤은 “눈꽃 한 방울”같이 ‘내 입술에서, 내 더운 살갗에서’ 녹아버린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 작은 침에 찔린 뾰족한 아픔”만이 남아버린 것을 우리는 ‘첫사랑’이라고 부른다. 그 기억은 ‘성냥불 그신 듯’ 검게 그을려 있지만 ‘그 아픔’도 돌이켜 보면 얼마나 달콤했던가. 오늘은 “사라지지 않는 당신을 처음”이라고 호명해 준 그 사람이 그립다. 어디선가 도달하고 있을, 첫눈은 그것을 알고 내리지만 당신보다 빨리 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