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와 함께 양김시대, DJ JP와 함께 3김시대를 열었던 정치9단 YS가 오랜 투병 끝에 어제 88세로 별세했다. 영남을 대표한 정치인으로 상도동계 대표였던 YS, 정계 라이벌 DJ와 함께 민주화 투사 쌍벽이었고 문민정부 시대를 연 그가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것이다. 아라비아 숫자 03 발음의 泳三, Yellow Sea(황해)와 미국 국립공원 Yellow Stone, 2차대전 중 북아프리카에서 사용한 미국 지폐 Yellow Seal 등의 YS를 연상케도 하는 YS, 그가 남긴 명언(?)이라면 뭘까. ‘닭의 목을 비틀어도 (민주주의의) 새벽은 온다’ ‘(일본X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가 아닐까. 그는 얄궂게도 ‘과’ 발음이 어색했다. 외화 유치를 위해 관광대국을 만들겠다는 ‘관광대국’이 ‘강간대국’으로 들렸고 ‘과학입국(立國)’은 ‘가학(苛虐?)입국’으로, ‘나쁜 관행을 철폐하겠다’는 ‘관행’은 ‘간행(刊行)’으로 들렸다.
하지만 그의 뚝심은 대단했다. 1954년 27세로 첫 국회의원이 된 YS는 패기 넘치는 ‘40대 기수론(旗手論)’를 외쳤고 대한민국 정치 가도를 일러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며 거침없이 내달았다. 그러나 군부정권에 의해 의원직 박탈, 가택 연금 등을 당했고 23일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선지 권좌에 오른 그는 한국병을 고치겠다,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며 전직 대통령들을 구속했고 군부 권력의 축인 사조직 ‘하나회’를 해체했는가 하면 부정부패 척결의 상징적 조치로 공직자 재산공개와 금융 실명제를 단행했다. 하지만 대기업 연속 부도사태에 이어 통한의 IMF 구제금융이라는 환란(換亂) 사태를 초래했다. 그래서 세간엔 우스개 속설까지 나돌았다. ‘이승만이 마련한 밥솥에 박정희가 쌀밥을 지었더니 엉뚱하게도 전두환이 맛있게 후딱 했고 노태우는 누룽지까지 박박 긁었는가 싶더니 YS가 그만 무쇠 솥을 깨뜨려버렸다’는….
YS! 혹여 요즘 빗발치는 IS(이슬람國) 소리가 거북해 서둘러 눈감은 건 아닐까. 공교롭게도 IS와 YS는 발음이 비슷해 듣기에 민망했다. 아무튼 이제 질병 고통도 잊고, 퇴임 후인 1999년 6월 김포공항에서 눈두덩에 맞았던 시뻘건 페인트 달걀 세례 등도 말끔히 잊은 채 명복을 누리시길 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