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약전서의 출애굽기는 유태민족이 이집트의 지배로부터 탈출해 광야를 거쳐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데 민족 지도자 모세가 탈출을 이끌며 ‘모세의 기적’ 또한 이때에 등장한다.
최근 언론 등을 통해 ‘모세의 기적’이 언급되는 것은 사실 소방차를 비롯한 긴급 자동차의 통행과 관련한 문제 때문이다. 이는 장애물, 즉 차량 행렬이 활짝 열리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차량 운전자들이 조금씩 양보해 진로를 만들어 준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것이다.
해방이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평가되었다가 불과 반세기 만에 경제성장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되었다.
윤택해진 생활 여건으로 당시에 부의 상징이었던 자동차 소유가 보편화 되면서 증가하는 자동차에 비하여 교통량을 수용할 도로 건설이나 도시 정비는 단기간에 이룰 수 없었기에 도시는 점점 혼잡해졌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로 홍역을 치르기도 하지만 이제는 특별히 정체되는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시 정체가 이어질 정도로 도로는 포화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통체증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응급환자가 생겼거나 사고를 당하여 구원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
4천 년 전에 모세와 유태인을 가로막은 것은 바다였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이다.
촌각을 다투는 순간에 긴급자동차의 사이렌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여 통로를 열어주는 작은 배려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오라기만큼의 가능성에 의지한 가녀린 생명을 의식해 운전자인 나의 불편을 소방차와 구급차에게 조금씩만 양보하는 교통문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광호 하남소방서 현장대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