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수역의 다음 역은 동편으로는 원인재역이고 서편으로는 송도역이다. 그런데 연수역과 원인재역 사이의 거리는 500~600m에 불과한 반면, 송도역과의 거리는 2.8㎞나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학동 인근 주민들의 불편과 이로 인한 불만은 극에 달한 것 같다. 즉, 청학동이나 연수1동 주민들은 수인선을 이용하거나 이를 통해 인천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 하려면 멀리 돌아가거나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연수역에는 역사가 2개나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동쪽편의 연수역사는 원인재와 오이도를 오가는 수인선이 개통되면서 2007년 신축되었으나, 신축 당시부터 지역주민들은 철도시설관리공단 측이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연수역사의 위치를 변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민원을 제기하자, 2012년 당시의 구청 관계자들과 현역 국회의원 등이 민원해결 차원에서 서쪽편의 역사를 새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바람에 2개의 역사가 건립되었다고 한다. 서쪽편의 연수역사를 새로 건립하는 데에는 거의 50억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렇지만, 현재에는 추가 역사를 건립했어야만 했던 필요성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 결국, 일부 지역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주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낭비했다는 설명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한 결정의 또 다른 사례는 연수역 앞의 버스승차장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버스승차장은 배정된 버스노선이 없어서 3년째 무용지물로 남아 있다. 연수역에서 내린 승객들은 버스승차장이 있으므로 당연히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나, 막상 버스승차장 앞을 가보면 버스노선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으므로 황당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천시 등 관계기관에서는 어떻게 예상승객수 등에 대한 고려도 없이 예산을 들여 버스승차장부터 설치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필자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위와 같은 결정을 하는데 관여한 공무원 등 관계자들에 대해 당장 징계조치 등을 취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의로 주민들을 위해 정책을 추진했으나 그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관련 공무원 등을 문책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될 경우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의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결과가 좋지 않아 문책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소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이는 결국 주민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주민들의 민원이 있다고 해서 필요성이나 실현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실무공무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최소한 이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그리고 그 일을 실현할 재원이 마련되어 있는지 등의 문제를 꼼꼼하게 따지고 점검한 후에 일을 추진해야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필요성 면에서 본다면, 당장 청학동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관련 공무원 등을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중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