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501001853400099721

복면(覆面) 하면 복면강도부터 떠오르고 소름 끼치는 복면 괴한이라면 일본 부케(武家)시대의 닌쟈(忍者)부터 연상된다. 닌쟈의 본래 뜻은 ‘시노비(忍び)의 者’ 즉 미행과 도둑질하는 자지만, 복면을 한 채 둔갑술을 써 신출귀몰 정탐하거나 밀정술의 일종인 닌슈쓰(忍術)를 발휘, 암살을 일삼던 자가 또한 닌쟈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멋진 복면강도도 있다. 2008년 SBS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그 ‘일지매(一枝梅)’다. 조선 영조 때 조수삼(趙秀三)의 문집 ‘추재기이(秋齋紀異)’에 나오는 협객으로, 가난한 자를 위해 복면을 한 채 탐관오리의 재물을 훔치거나 강탈한 후 매화나무 한 가지를 휙 던지고 갔다는 멋진 복면강도가 일지매였고 중국 명나라 말기의 소설 ‘환희원가(歡喜寃家)’에 나오는 도적이 또한 일지매였다. 그런 일지매와는 달리 조선시대 3大 도적인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은 복면도 하지 않은 시종일관 당당한 의적(義賊)이었다.

복면강도의 覆자는 하천을 복개한다, 항아리 뚜껑 등을 덮는다는 그 ‘복’자다. 그렇다면 누워 있는 얼굴이 아닌 이상 ‘복면’보다는 ‘차면(遮面)’이 적합한 말일 듯싶다. 그런데 ‘일지매’가 복면 협객 드라마였다면 프랑스엔 복면 괴도(怪盜) 영화도 있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 마탱(Le Martin)’에 연재됐던 레온 사지의 탐정소설을 1911년 영화화한 것으로 ‘지고마(Zigomar)’라는 주인공이 귀신처럼 파리를 휩쓴다는 내용이다. 복면 정도가 아니라 영화 ‘스파이더맨’의 복신(覆身) 모습은 또 어떻고, 눈만 보이는 니카브나 눈조차도 망사로 가린 부르카(Burka) 차림의 이슬람 여성들은 또 얼마나 가련하고 애처로운가. 그런데 요즘의 가장 소름 끼치는 복면 괴한들은 단연 이슬람 극단주의 IS다. 시커먼 복면과 망토를 뒤집어쓴 채 눈알만 번뜩이며 인질을 참수하려는 흉한(兇漢)이라니!

‘복면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말씀에 국민 대부분은 공감할 거다. ‘그럼 경찰 차벽도 못 치게 해야 한다’는 집단 말고는. 공권력도 없애자는 소리 안 나오는 게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했다. 속이야 굴뚝처럼 시커먼 인간도 얼굴만은 당당히 드러내는 게 정상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