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국장(國葬)을 원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장관도, 상하원의장도, 어느 국가기관장도 참석하지 마라. 다만 군대만이 공식적으로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군대의 참석은 음악, 팡파르 등 없이 아주 검소한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훈장, 진급, 위엄, 표창, 작위를 거부할 것을 선언한다.” 평생을 프랑스의 영광을 찾기 위해 골몰했던 샤를르 드골은 죽음을 앞두고 국립묘지 안장 대신 자신의 고향 꼴롬베 시민묘지에 다운증후군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딸의 무덤 옆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 묘비에는 이름과 출생 생몰연도만 쓰라고 했다. 이 약속은 모두 지켜졌다. 그래서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샤를르 드골 1890~1970’.
“각막은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하고 기타 장기는 의대 실험용으로 제공하라. 장례는 간소하게 치르고 유해 고별식도 하지 말라. 조문소도 설치하지 말아라. 화장 후 유분은 바다에 뿌려라.” 중국 현대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오늘의 중국 경제를 있게 한 부도옹(不倒翁) 덩샤오핑(登小平)은 이같은 유언을 남겼다. 그의 유지에 따라 화장한 다음 그 유해는 가족들과 공산당 간부들에 의해 바다에 뿌려졌다. 모택동 시대의 2인자이며 닉슨이 ‘역사를 주름잡는 거인’으로 꼽았던 저우언라이(周恩來)도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비행기로 양쯔강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장례는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의식이다. 나라마다 의식이 다르고 국가 지도자들의 마지막 모습도 이렇게 다르다.
‘화합과 통합’을 유언으로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어제 눈이 내리는 가운데 전 국민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 묘역은 현충원 장군 제3묘역 오른쪽 능선에 조성됐다. 평생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약 300m 떨어진 곳으로 두 정치 라이벌은 죽어서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국이 됐다. 이곳은 한강을 쳐다보고 우뚝 솟은 화장산 봉우리 좌·우로 이어진 좌청룡·우백호의 산세가 마치 공작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지기(地氣)와 천기(天氣) 에너지가 동조응축(同調凝縮)해 왕성한 에너지를 형성하는 대명당(大明堂)이라고 한다. 명당에 누운 전직 대통령의 기운이 우리 땅에 널리 널리 퍼져 국운 상승의 계기가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