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인권위는
대한민국의 안정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불분명한 것을
명료하게 하는데 힘과 지혜를
모으는게 중요한 일임을 깨달아야
첫째, 복면의 목적에 관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복면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복면이 불법행위를 위한 것이라면 처벌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국가가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 무고한 국민의 불편과 사회질서를 지키게 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기 때문이다. 둘째, 헌법 21조 2항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조 (적법한 집회(集會) 및 시위(示威)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를 실현하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2003년 10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소원 결정에서 집회 참가자는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복면을 쓴 집회 참가자가 폭력 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것은 평화적·비폭력적 집회라고 명시했다. 이는 폭력을 사용한 의견의 강요는 헌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면 여부가 아니라 복면의 의도가 폭력 등 불법적 행위와 관련이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면과 폭력적 불법행위의 관계에 대한 희화화에 관한 것이다. 얼마 전 작가 이외수씨는 복면금지법이 통과되면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이 종방되는지 묻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러한 행위는 이슈의 본질인 폭력시위와 복면 간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이처럼 이슈의 본질을 희석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슈의 희화화는 심각한 폭력시위 근절의 문제와 이 과정에서 위축될 수 있는 민주적 시위방식에 대한 고민을 무력화시킨다. 그 결과 폭력적 시위를 정당화시키고 민주적·평화적 시위의 가치를 폄훼할까 우려된다.
복면도둑과 강도는 법질서를 유린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복면한 폭력시위꾼들은 헌법과 법률만으로 충분했던 평화적 시위에 특별법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강도와 도둑이 복면을 한 것은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임을 알기 때문이고, 폭력시위꾼들이 복면한 이유는 폭력시위가 처벌 대상임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적 집회와 시위문화 확립을 위해서라도 분명한 것과 분명하지 않은 것은 구별돼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어떤 타당한 주장을 하든 폭력시위는 처벌 대상이고, 불분명한 것은 복면한 나쁜 폭력시위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이다. 이제라도 여야는 물론 복면금지법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국가인권위원회도 함께 나서서 대한민국의 안정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불분명한 것을 명료하게 하는 데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그것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지금까지 한 여러 수사학적인 주장보다 중요한 일임을 조속히 깨닫기 바란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