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에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가끔 길거리에서 초면인 사람이 도(道)를 믿으라고 권하기도 한다. 믿음은 신앙, 신념, 신의 등등 종교나 사상이나 인간적 관계윤리에서나 두루 쓰인다.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할까? 이런 믿음과 관련해 주역에서는 중부(中孚)라는 괘가 있는데 믿음은 돼지와 물고기에게까지 파급된다고 하였다. 돼지나 물고기는 우리가 미물이라고 생각하고 잡아서 먹기도 하는 생물이다. 진정으로 우리가 믿을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런 미물들에게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미물들에게서도 통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음양(陰陽)의 도이다. 공자는 음양의 기운과 이치에 의해 이 우주는 형성되고 변화해간다는 의미로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하였다.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는 시간적 흐름은 바로 음양의 섭리라는 것이다. 음양의 섭리는 특정한 영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우주적 차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돼지나 물고기 같은 미물에게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양(陽)의 도리는 남성성을 이루고 음(陰)의 도리는 여성성을 이룬다는 계사전의 말은 우리가 미물이라고 여기는 돼지나 물고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음양적 섭리를 믿게 된다는 의미이다. 사람만 남녀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존재도 자웅(雌雄), 빈모(牝牡)의 음양적 섭리에 의해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음양적 섭리에 따른 균형이 깨지면 그 배신의 효과는 바로 그 미물들에게서 드러난다. 기후변화를 포함한 죽어가는 생태계를 걱정하긴 하지만 배신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이중적 모습이 현대문명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