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피해와 혜택 분배 초점 맞춰
언제까지 이기적 계산만 할건지…
다음 협상에선 필요하다면
여야·기업·소비자등 조사위 구성
안건·타결책 최대한 단순화 하자
![2015120201000152000005651](https://wimg.kyeongin.com/news/legacy/file/201512/2015120201000152000005651.jpg)
날치기 논란이 아직 고개를 들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대통령의 야당을 향한 일갈이 등장했다는 점도 전과 다르다. ‘맨날 앉아서 립 서비스만 한다. 위선이고, 직무 유기라고 생각한다.’ 상황을 단순화 하고 상대를 맹공하는 대통령식 어법이자 정면돌파 전략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정부·여당과 야당이 주목하는 분야가 완전히 다르다. 정부·여당은 협정 발효로 인한 수혜만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교역량 증대였다면, 중국의 경우는 관세 절감액이다. 이들은 중국과 FTA에서 정한 자유화 단계를 최종적으로 달성했을 때 절감 예상 관세는 54억4천만달러로,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각각 6배나 4배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우리 최대 수출국인 점을 고려한 수사(修辭)다. 특히 연말까지 비준해야 관세 절감 혜택이 극대화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준시 관세가 낮아지고, 매년 초 단계적으로 인하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은 협정 발효로 인한 피해와 혜택의 분배에 초점을 맞춘다. 농업이나 중소기업 분야의 피해는 얼마나 될 것인가? 수출 대기업들이 입게 될 혜택은 나라 경제 전반으로 제대로 확산될 것인가? 만일 수출 대기업이 교역 증대나 관세 절감으로 얻게 될 수익을 자신들의 곳간에 그대로 쌓아두기만 한다면 FTA는 왜곡된 형태의 부의 재분배 정책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막바지 여야정 합의체가 핵심 쟁점으로 꼽은 것들 대부분은 바로 협정 발효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보전해줄 것인지, 혜택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관심사가 이렇게 다르니 협상이 쉬울 리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금의 여와 야가 입장이 바뀌었던 시절에는 주목하는 분야도 달랐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정부·여당이 한중 FTA 비준안을 경제활성화법이나 노동개혁 5대 법안 등과 일괄처리 하겠다는 방침이 협상을 더 꼬이게 했다. 야당은 늘 그렇듯, 내년도 예산안과 연계해 배수진을 쳤다. 양쪽 모두 지극히 경제적인 사안일 수도 있는 FTA 비준안 처리에 정치적 계산으로 임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야권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세력’으로 몰아붙이려 했고 야당은 여권을 ‘특정 집단의 이해만 추구하는 세력’으로 공격하려 했다.
양국간 FTA 체결도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어서 앞으로 본격화 할 다자간 협상은 더욱 난해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를 둘러싼 다자간 개방 프로그램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과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대표적이다. 쌍방 FTA에 주력하던 우리는 이미 12개국간 TPP에 실기했다. 지금은 버스 떠난 뒤에 손을 들기도 머쓱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한중 FTA 이후에는 중국 주도의 16개국 RCEP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토록 이기적이고도 복잡한 계산을 계속해야 할까? 상황은 단순하지 않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존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FTA에 대해 5년여가 지난 지금 이해득실을 면밀하게 따져보자. 추정컨대, 협정 발효 전 공언했던 만큼의 교역 증대나 관세 절감 혜택은 없었을 것이다. 유럽의 경우는 이미 소비자들이 체감하고 있다. 피해 계층과 산업에 대한 배려도 적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여야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대표 등이 모두 참여하는 조사 위원회를 만들어도 좋겠다. 그리하여 다음 주요 경제권과의 FTA나 다자간 개방 프로그램 협상에서는 협상 안건과 타결책을 최대한 단순화 하자. 언제까지 국민들이 개방과 관련해 씁쓸한 데자뷰를 맛보아야만 하는가?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