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체류자 12만명에 대한 일제단속을 하루앞둔 16일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불안한 마음속에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을 하루 앞둔 16일, 경기·인천 지역의 외국인근로자 거리와 노동자상담센터는 폭풍전야의 팽팽한 긴장과 불안이 감돌았다.

평소에 비해 외국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든 썰렁한 거리에는 때마침 초겨울 칼바람이 휘몰아쳐 을씨년스런 모습이었다.

인천 외국인노동자상담소의 경우 임금체불 문제 등을 상담하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 노동자들만이 드문드문 찾아올 뿐 종일 착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상담소 관계자는 “귀국하고 싶어도 임금을 못 받았거나 산재처리가 끝나지 않아 처벌을 감수하고 체류를 결정한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 2001년 3월 한국에 들어온 고비(32·방글라데시)씨는 “당장 출국해야 하는 처지지만 밀린 임금때문에 회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단속에 걸리더라도 못받은 임금은 받고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외국인노동자 5만여명이 집단으로 모여사는 안산시 원곡동 '외국인 노동자의 거리'도 강한 찬바람속에 비장한 느낌마저 들었다.

평상시 같으면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몰려든 외국인노동자들로 북적거렸을 이곳은 몇몇 외국인만이 삼삼오오 걱정스런 얼굴로 모여 수군대다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자리를 서둘러 떠났다.

싼 숙박료 때문에 불법체류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인근 고시원에는 텅 빈 방들만이 오지않는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유리창 전면에 “외국인용 전·월세방 임대”라고 덕지덕지 써붙인 부동산업소들은 개점휴업상태였다.
이곳에서 여행용가방 행상을 하는 신모(38)씨는 “한 달 전부터 매일 100만원 이상씩 팔리던 가방이 어제부터는 단 한 개도 팔리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정부의 강제출국 조치에 항의,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라카의 영정을 모신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에는 스리랑카 노동자 10여명이 모여 4일째 농성을 벌이는 등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이들에게 법무부가 발표한 '제조업 근로자 단속, 한시적 유예 방침'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불리한 여론을 일단 피하고 보겠다는 '여론 무마책'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산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워낙 여론이 안좋게 돌아가다보니 정부가 한발 물러서서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고용허가제의 큰 틀속에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