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참으로 다양하면서도 첨예하게 부딪힌다. 보도를 무단 점유하여 보행권을 침해하면서 세금 한 푼 안내고 위생상태도 엉망인 노점을 깨끗이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바짝 얼어붙은 경제사정에도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인들의 심정과 볼멘소리도 십분 이해가 간다.
반면에 대부분의 노점은 영세한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므로 최소 생계수단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노점이 지역 상권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노점이 행인의 발길을 잡으면 그게 인근의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러한 노점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은 노점 단속을 하는 관공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한쪽에서는 도로를 무단 점유한 불법을 방조한다는 불만 담긴 시각도 있는가 하면 생계형 영세노점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강제적인 철거에는 비인권적이라는 반감도 공존하고 있다.
우리 구에서 올해 초 수원역 주변에 밀집한 노점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을 때에 그 간 수차례 시도했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우려 섞인 걱정도 많았다. 아마도 정비 후에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여 재발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 것을 보면 세간의 지적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수원역 주변에 난립한 노점의 정확한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물리적 충돌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노점상뿐 아니라 지역 상인회와도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해 왔다. 애초부터 노점 정비 사업에 반대하는 노점상들의 수차례 항의 방문과 시위에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았으며, 직접적인 대화를 피하는 지역상인회와 노점상들의 중간 매개체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수개월동안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거쳐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대화초기에 ‘나의 이익’을 주장하다가 점차 ‘우리의 이익’을 얘기하게 되면서 서로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함께 살기 위해서 서로 양보하고 함께 협력하는 상생 발전을 모색하는 국면에 이르게 되었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생계형 노점 양성화를 위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내년 초에 노점부스 설치가 완료되면 합법적인 도로점용 허가 후에 노점을 이전시킴으로써 수원역 노점 정비 사업은 우선 일단락된다.
정비 사업이 마무리 되더라도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를 남기기 위해서는 ‘노점-상인회-구청’이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 그간의 소모적인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 상생발전의 길로 들어서는 발판 마련이 필요하다. 편하게 걷고 즐길 수 있는 거리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공연과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펼치는 등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특색 있는 테마거리, 다시 찾고 싶은 명소거리를 만들어가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 투자도 있어야 한다.
수원역 노점 정비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고질적인 민원을 해결함과 동시에 수원의 관문인 수원역 주변 도시경관도 크게 개선되어 수원역을 오가는 많은 시민은 보다 쾌적하고 넓어진 도로를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물리적인 충돌 없이 이해와 협조를 바탕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된 팔달구의 노점이전 정책은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노점을 단순히 철거 대상이나 눈엣가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며 노점정책을 펼쳐야 할 때이다.
2016년 노점이 이전된 거리마다 새 희망이 싹 트길 소망해본다.
/박흥식 수원시 팔달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