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계양구 청천동에서 합동단속반에 의해 한 외국인 노동자가 단속되고 있다. /임순석기자·seok@kyeongin.com
“열심히 일만 할테니 제발 강제추방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대한 정부의 본격적인 합동단속이 시작된 17일.

부천·안산역 주변과 외국인노동자 거리에는 저인망식 검문검색에 나선 단속반원들과 이들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불법체류자들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이날 경기·인천지역에서 단속된 불법체류자들은 모두 14명. 이들은 대부분 주택가와 중·소기업체 등지에 숨어 있다가 잠시 외출한 사이 단속반에 적발됐다.

부천 강남시장에서는 적발된 불법체류자들이 단속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거세게 저항하자 수갑을 채워 호송차로 연행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인천 출입국사무소로 이송하기 위해 대기중인 호송 차량에도 외국인노동자들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했다.

자신을 고려인 2세라고 밝힌 김 클라우디아(50·여·우즈베키스탄)씨는 “단 한번도 한국을 남의 나라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한국을 사랑하는데 왜 한국은 나를 미워하느냐”고 울먹였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러시아 통역 봉사를 하고 있는 클라우디아씨는 이날도 같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인 R(31)씨 부부의 합법화를 인정받기위해 노동부에 다녀오다 단속반에 적발됐다.

전후 사정을 가리지 않은 무리한 단속으로 곤혹을 치른 외국인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4년미만의 합법적인 체류자들이 단지 여권을 소지하지 않았거나 공인된 신분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연행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프레스 제조업체에서 일한다는 얀돈(27·인도네시아)씨는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잠깐 거리로 나왔는데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왔다”면서 “한국에 온지 1년도 되지 않아 합법 체류중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어리둥절해 했다.

100여명의 불법체류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안산 외국인센터도 3층짜리 건물 전체를 대형 플래카드로 가리고 승합차량 등을 이용해 출입구를 봉쇄한 채 정부의 강제출국 조치 철회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였다.

시화공단 내 본드공장에서 일했다는 인도네시아인 알리(27·체류기간4년)씨는 “체류한지는 오래됐지만 봉급을 제대로 받으며 일한지는 얼마되지 않는다”면서 “비행기표 살 돈도 없는데 무조건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외국인센터 소장 박천응 목사는 “단속반원들이 센터내로 진입할 경우 몸으로라도 저지할 각오가 돼 있다”면서 “실효성 없는 단속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