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민주노총 총궐기대회에선 폭력은 없었다. 그런데 시위 관련 용어부터 보자. 총궐기의 ‘궐기’는 ‘벌떡 일어남, 힘차게 일어남’이 국어사전 뜻풀이다. 그러나 한자의 본적인 중국 한어(漢語)사전엔 ‘蹶起’라는 말이 없다. 蹶은 ‘뛰어오를 궐, 넘어질 궐’자고 자동사로는 ‘넘어지다, 쓰러지다, 실패하다, 좌절하다’, 사역동사로는 ‘거꾸러뜨리다, 패망시키다’는 뜻이다. 따라서 ‘뛰어오를 궐(蹶)’자에 ‘일어설 기(起)’자가 군더더기로 붙을 필요가 없고 ‘쓰러질 궐’자에 정반대의 ‘일어설 기’자는 더더구나 짝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궐기’가 아니라 ‘蹶’이다. ‘궐연(蹶然:쥐에란)’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는 모양이고. ‘시위(示威)’라는 말도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 보인다는 뜻이므로 폭력시위부터 연상하기 쉽다. 차라리 ‘데모’라는 말이 낫다. 일본에선 demonstration(논증, 증명, 시위)을 줄여 데모(デモ)라고 부르는 게 촌스럽지만….
폭력시위 재발이 없었다는 건 시민의식, 국민정신이 성숙해진 걸까. 하지만 일부 복면은 여전했고 차도로도 통행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차도 점거 시위란 상상할 수 없다. 일본도 지난 9월 30일 집단자위권이 골자인 안보법 통과 전후 대대적인 ‘데모’가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마다 벌어졌지만 데모대는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인도만 이용했다. 콧수염 붙인 ‘일본의 히틀러’ 아베 총리 희화(戱畵)도 인도에서만 흔들어댔지 차도로 나서진 않았다. 더구나 주민증―국민증→민증(民證) 찢기 ‘국민 사퇴’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짓이다. 게다가 천정배 의원은 ‘hell 조선’이라는 말이 ‘한국의 진짜 현실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고 문재인 대표는 ‘집회문화가 과거 독재시대로 퇴행했다’고 한탄했다는 거다. 대한민국이 지옥이라면 그럼 ‘hell 한국’이지 왜 ‘hell 조선’이고 대한민국 금년 12월이 과연 독재시대 12월이라는 건가!
폭력진압을 하기 때문에 폭력시위를 한다는 괴변(怪辯)은 또 뭔가. 서민은 생계조차 어렵다. 다중 집회와 소란만 봐도 겁이 나고 불안하다. 인도행진 시위를 한다고 해도 무고한 서민의 생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폭력 없고 복면 없는 시위문화 정착을 바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