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제·업체 과당경쟁 ‘덤핑수주’ 원인
납품업체 ‘저품질 관급자재 조달’ 더 큰 문제
아파트 하자분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 신청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금년 9월 현재 2천880건이 접수되는 등 최근 6년간 총 7천741건에 이른다. 공공기관이 건설한 아파트일수록, 또한 근래에 지은 공동주택일수록 불량공사 시비건수가 많다. 관련 법률시장규모도 갈수록 커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국적으로 총 32만330세대의 공공임대아파트를 분양했는데 이중 하자발생 건수는 6만9천266건에 달했다. 하자율이 2010년까지 10% 내외였으나 2012년 이후로는 30%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골조 균열과 기기작동 불량, 변전실, 소방설비 등 입주자 안전과 직결되는 시설 하자가 전체의 17%를 점했다. 서울시 산하의 SH아파트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확인되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입주한 서울 마곡지구 6천730가구에서 130건의 하자 민원이 발생한 것이다. 가구당 하자 민원은 6.7건으로 평균 4.2건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무주택 서민들의 평생소원인 ‘마이 홈’과 취약계층의 주거품질 향상을 주 임무로 서민아파트 공급을 도맡다시피 한 LH공사와 SH공사 아니던가. 입주민들이 깐깐해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저가 낙찰제가 일차적 원인이다. 공공기관이 건설공사를 발주할 때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에 공사를 주는 제도로, 1962년 도입 이후 수차례 폐지 및 재도입 과정을 반복하다 2001년부터 본격 시행돼 올해로 15년째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건설업체간 과당경쟁이 초래한 덤핑수주도 한 요인이다.
저(低)품위의 관급(官給) 건설자재 사용은 하자발생에 더 큰 책임이 있어 보인다. 절대다수의 건설전문가들은 최근 하자증가의 직접원인으로 건설자재문제를 들고 있다. 2009년에 중소기업 지원 및 육성목적으로 마련된 ‘공사용 자재 직접구입제도’에 따라 공공기관이 일반건설 20억 원 이상, 전문건설 3억 원 이상의 공사를 집행할 때 중소기업청이 지정한 시멘트, 가드레일, 철근 등 총 123개 중소기업 제품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2008년에 폐지되었던 것이 다시 부활했는데 중소기업청의 관급자재 사용규제는 과거보다 훨씬 강도가 높다. 근래의 경제부진과 양극화 확대에 따른 동반성장 붐을 타고 위력을 발하는 것이다.
관급자재의 경우 정부가 사전에 일괄구매해서 공사현장에 제공하는 대신 해당 자재비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 시공사에 결제해 주어 수주업체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LH는 물론이고 대다수 공공공사 현장에서는 레미콘, 아스콘, 싱크대, 위생도기 등은 더 좋은 품질의 제품구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설혹 기준에 못 미치는 공사 자재들이 배달되어도 불만을 제기할 입장이 못 된다. 납품업체에 어필이라도 하면 “당신하고 계약한 것이 아니니 주는 대로 받아라”라며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이들의 비위를 건드렸다 자재 납품시한을 어겨 인건비 상승 및 지체보상금 부담 등 낭패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관급자재 조달시장에서는 납품업체가 갑(甲)인 것이다. 정부나 서울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LH나 SH공사 입장에선 부실시공 시비에 항변도 제대로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이었을 것이다.
날로 치솟는 서민들의 주거부담을 고려할 때 공공주택 건설사업의 당위성이 매우 크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확대는 금상첨화이다. 그렇다고 서민아파트의 하자보수비용 증가, 구조물 수명단축, 주거만족도 저하 등을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