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웃음이 흐르는 거리는
그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며
국민들에게 여유를 준다
대립과 테러·증오·시위로
찌들어가는 세상일수록
유머와 미소 잃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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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세상이 유머를 잃어가고 있다. 유머를 잃어버린 만큼 세상이 점점 무서워져 간다. 미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난사사건이 터지고 프랑스는 폭탄테러로 전 국가가 슬픔 속에 빠져있고 필리핀은 한국인 납치사건으로 시끄럽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제 마음 놓고 다닐 수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단순한 살인 강도사건은 아예 알리바바의 도둑 이야기처럼 순진하기까지 하다. 작금의 세계는 좌우대립에서 빈부의 양극화로, 종교대립을 지나 죽여야 할 사람과 죽이는 사람으로 대량살상의 밥상을 차려놓고 다음 세대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 다른 나라뿐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남북분단도 서러운데 선거 때마다 사람들을 도깨비처럼 붉은 빨갱이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서로를 이념의 칼날로 도마질 하고, 친구와 가족을 양편으로 가르고, 물대포를 쏘는 사람과 물대포를 맞는 사람의 장벽을 만들고 있다. 21세기 정신사의 강을 우리는 이념의 대립 속에서 헤엄쳐 건네지 못하고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언론과 정치인들이 줄을 던져 구하기는커녕 문제만 더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정신병 진단의 질문항목 중에는 ‘유머를 알면 하나 해보세요’하는 항목이 있다고 한다. 즉 정신병에 걸린 사람일수록 유머를 할 수 없는데 그 이유가 뇌세포 속에 유머가 차지하는 부위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욱이 잘 웃지 않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치매에 걸리는 확률도 높아진다고 하니 젊을 때부터 유머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에게도 활력이 될 뿐만 아니라 본인의 노년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등동물일수록 이러한 유머를 발달시키는 전뇌구조가 없다. 즉 인간만이 가지는 진화의 산물은 희망, 배려, 약속, 희생, 칭찬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머와 미소야 말로 진화의 산물이다. 동물은 웃지 않는다.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 한 번도 웃지 않는 직원이 있다. 마주치면서 인사를 해도 웃지를 않고 유머를 해도 화난 표정을 바꾸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내기 직원이 머리를 굽히고 인사를 해도 본체만체 지나간다. 한번은 이런 직원을 두고 내기를 한 적이 있다. ‘저 친구 웃기는 사람은 10만원 준다’라고…. 슬프게도 몇 년이 지나도 그 10만원이 지출이 되지 못했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가족들은 어떻게 저 굳어진 얼굴을 견디고 살까 하는 것이다. 그 친구가 웃음을 짓는 날 나는 1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도 지출을 하고 싶다.

우리말 중에 얼굴이라는 말은 ‘얼’이라는 단어와 ‘굴’이라는 단어가 합성되어 나타난 말인데 ‘얼’은 ‘얼이 빠졌다’ ‘배달의 얼’처럼 정신이나 영혼을 뜻하는 말이고 ‘굴’이라는 말은 터널을 뜻하는 통로를 의미한다. 즉 얼굴의 의미는 ‘영혼이 드나드는 통로’라는 뜻이다. 이러한 얼굴이 밝고 유머와 미소로 넘치는 사람은 영혼이 밝은 것이요 얼굴이 어두운 사람은 영혼이 어둡다고 볼 수 있다. 서울거리를 걷는 어른들의 표정에서 얼굴이 밝은 사람을 얼마나 만나는가? 그 얼굴들만 보아도 그 나라가 얼마나 건전한 나라인가를 즉 영혼이 얼마나 밝은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시골에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서울의 거리를 다녀보면 바쁜 얼굴, 화난 얼굴, 슬픈 얼굴, 무표정한 얼굴은 보아도 밝게 웃으며 유머로 대화를 나누는 얼굴은 보기가 힘들다. 유머와 미소가 흐르는 거리는 그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며 국민에게 여유를 주고 각 개인에게 세련된 품위를 유지시켜주는 조미료다. 독재국가나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유머 대신 기계처럼 경직된 방송국의 쇳소리만 날 뿐이다. 테러와 증오와 시위로 찌들어가는 세상일수록 유머와 미소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