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다 보니 교통사고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목격자가 없을 때는 블랙박스가 목격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블랙박스는 차량의 기본 부품처럼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블랙박스를 믿고 운전하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얼마 전 민원인이 지구대에 잔뜩 화난 얼굴로 찾아왔다.
민원인은 자신의 승용차를 누군가 접촉하고 달아났는데 꼭 잡아서 처벌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꺼내 사고를 낸 차량이 영상에 담겨있기 때문에 가해 운전자를 금방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민원인이 준 메모리카드를 컴퓨터에 연결 확인해 본 결과 녹화가 전혀 되지 않았다. 이 블랙박스는 작동이 안된 것이다.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은 보험료가 할인 되면서 많은 운전자가 부착하고 있다. 그리고 신차의 경우 대부분 장착돼 출고된다. 문제는 이 블랙박스를 관리하지 않아 ‘먹통 블랙박스’가 많다는 것이다. 블랙박스는 한 달에 2회 정도 메모리 초기화가 필요하고 점검을 해야 한다. 한번 장착으로 계속 녹화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특히 40대 이후 운전자들은 블랙박스를 한번 장착한 후 이를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귀찮은 것이 아니라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꺼내 초기화하고 다시 재생이 되는 가를 컴퓨터로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모르는 운전자들이 많다
현재 장착 운행 중인 블랙박스의 약 50% 정도는 이 같은 ‘먹통 블랙박스’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고가 나도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유일한 블랙박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운전자는 이를 믿고 운행한다.
블랙박스 영상을 이용해 보복운전, 얌체운전, 교통법규 위반 등 피해신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작동이 안되는 블랙박스 영상을 믿고 신고하더라도 정작 시비를 못 가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금이라도 블랙박스의 기능을 확인해야 한다.
/강창주 인천공항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