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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극단’이라는 말을 잘 쓴다. IS도 ‘극단조직’이고 기상이변도 ‘극단천기’다. 베이징 스모그 미세먼지야 천기보다 공장 매연, 차량 배기가스 등 인위적 오염원이 크건만…. 드디어 베이징에 가장 심한 단계의 적색경보가 최초로 내려졌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스모그 미세먼지다. 그런데 용어가 우리와는 생판 달라 적색경보가 아니라 ‘홍색경보’다. 중국은 ‘赤’자를 기피한다. 적기(赤旗)는 홍기(紅旗), 적성은 홍성(紅星), 적십자는 홍십자, 적외선은 홍외선, 붉은 근위대(近衛隊)도 적위병이 아닌 홍위병이다. CC(중앙)TV는 엊그제 ‘北京首發 紅色預警措施(북경수발 홍색예경조시)’라고 보도했다. 首發은 처음 발령, 預警은 ‘미리 알리는 경보’다. 한국서는 ‘豫’자지만 그들은 ‘예금(預金)’이라고 할 때의 預자를 쓴다. 왜? 원래 ‘미리 예’자가 預자이기 때문이고 豫는 ‘미리’라는 뜻보다는 ‘기뻐할 예’자다. 조시(措施)는 ‘조치’고….

적색경보 전 단계의 주황색 경보도 중국서는 橙色預警(등색예경)이라고 한다. 橙은 ‘등자나무 등’자다. 그럼 스모그 미세먼지는 뭐라고 할까. ‘안개 무(霧)’자에다 복잡한 글자인 ‘흙비 올 매, 흙먼지 매’자를 붙여 ‘무매(우마이)’라고 한다. 기준치의 수십 배 최고 오염도는 ‘汚染峰値(오염봉치)’라 부르고 차량 홀짝 2부 운행은 ‘單雙號 限行(단쌍호 한행)’, 휴교조치는 ‘停課(정과)’다. 보건복지부는 ‘環保部(환보부)’고. 중국 한자와 한자어는 글자 모양(簡字)도 단어도 뜻도 발음도 한국과는 생판 다르다. 어쨌거나 12월 들어 세계 도처에서 악천후가 기승을 부리자 중국 언론은 ‘전 지구에 극단천기가 내습했다(全球極端天氣來襲)’고 보도했고 스모그 미세먼지 극단천기는 新德里(신덕리)에도 내습했다고 했다. 인도 뉴델리가 ‘新德里’다.

이 겨울 중국 동북 3성(省)엔 폭설이, 네이멍구(內蒙古)엔 영하 30도 한파가 몰아쳤다. 인도 남부 방갈로르(Bangalore) 일대엔 114년만의 홍수로 325명이 죽었고 미국 시카고엔 120년만의 폭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도 폭설과 혹한이 몰아쳤다. 극단천기다. 무궁화 3천리 금수강산 땅엔 극단천기도 거의 없다. 결코 ‘hell 조선’이 아닌 ‘heaven 한국’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