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관201512
김영관 인천대 교수
대학교 재학생과 신입생들을 면접했다. 장래 희망은 두 경우 대개는 졸업 후 취직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미취업 상황에 대비한 실질대책이 없이 그냥 취업될 때까지 기다린다거나, 어찌 됐건 최대한 취업을 위해 노력 할 거라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올해 취업이 결정될 시기의 4학년들 상당수는 취업을 못하고 있다. 교과목을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이 뜻대로 잘 안 된다는 사실은 교수나 학생 모두를 맥 빠지게 한다. 그러면 취업이 안 되는 상황에서 대학 교육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혹시 취업이 될지도 모르니까’라면 그래도 아주 틀린 답변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성장을 위하여’라면 참 안타까운 답변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성인으로서 당연히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하거늘….

취업이 안 될 경우 창업이 유일한 대안인데,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창업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아니면 천재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원하는 취업시장은 갈수록 적어지고, 수명이 80세가 넘는 지금 세상에 언젠가는 누구나 다 창업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시대가 됐다.

학생들도 취업이 점차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으나 창업을 생각조차 못 하는 원인은 교육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내가 받은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이 되어서 시험 잘 보고, 좋은 학교와 직장에 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교육이었다. 하지만 이제 창업에는 말 잘 듣는 착한 성품이 어울리지 않는다. 기존의 생각, 개념을 뒤집어야 하고 남들이 다 이것이라고 말할 때 저것이라 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이나 지식보다는 도전적 용기가 더 필요한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의 고민은 ‘졸업생’보다는 ‘졸업 안 하는 학생’들이 벤처 창업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제 창업에서는 졸업장이란 자격증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이나 기존의 교육제도는 ‘도전을 잘하라’, ‘거역하라’, ‘네 멋대로 해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지식만 중요하다 가르쳤지 도전정신은 가르치지는 않았다. 꿰어야 보배가 되는 구슬 만드는 것만 가르쳤지 꿰는 법을 가르치진 않았다. 구슬 만드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것을 꿰서 상품화, 사업화하는 사람은 적다. 불행히도 대학에는 두 가지 커다란 어긋남이 있다. 하나는 국가나 사회는 도전적인 창업자를 원하지만, 부모나 대학생들은 창업 보다는 안전한 취업을 희망한다. 또 하나는 취업이 잘 안 되는 대학의 학생들이 창업을 더욱 희망해야 하는데, 이들은 오히려 취업이 잘되는 대학의 학생보다도 창업에 대한 관심·용기가 떨어진다.

이제 대학은 창업을 위한 마음가짐과 그 방법, 요령을 교육하고, 전공 지식을 창업 아이템 발견의 수단으로 가르쳐야 할 때가 된듯하다. 정부나 대학 차원에서 창업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김영관 인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