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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지난 10월 제17회 ‘쇼팽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조성진의 콩쿠르 실황 음반이 발매 1주일 만에 5만장이 판매됐으며, 콩쿠르 우승 후 갖는 첫 국내 무대(내년 2월 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티켓 예매 1시간 만에 모두 매진됐다. 최근 공연기획사 측은 내년 2월 2일이 화요일임에도 오후 2시 공연을 추가로 편성했다.

조성진은 2012년 여름 인천에서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지휘·미하일 플레트뇨프)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적이 있다. 기자가 당시 연주회 리뷰(경인일보 2012년 6월22일자 제12면 보도)에서도 밝혔듯이 조성진은 과장되지 않은 피아니즘 속에 적절한 표정을 담아 청자에 듣는 재미를 배가 시켰다.

최근 ‘조성진 신드롬’을 보면서 3년 전 조성진의 인천공연에 대한 기억과 함께 오는 27일로 타계 20주기를 맞는 러시아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슈라 체르카스키(Shura Cherkassky·1911~1995)를 반추해 본다.

체르카스키의 레퍼토리는 방대하다. 바흐와 모차르트에다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낭만주의 피아노곡은 물론, 슈톡하우젠 등 현대작품도 연주했다. 음반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그의 실황 연주들은 해당 작품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한다.

2002년께 BBC 레전드로 국내 수입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1968년 실황) 음반에서 체르카스키는 음악적 순간을 포착하고 즐긴다. 뛰어난 테크닉을 통해 표출되는 맑은 음색 속에서 여타 연주에선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명징한 선율선을 드러내고 있다. 두터운 오케스트라와 요소요소 대척하면서 정곡을 짚어내는 냉철함도 보여준다. 오로지 그이기에 가능한 연주이다.

흔히들 체르카스키를 ‘은둔자’로 일컫는다. 실력에 비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체르카스키는 평생 단 한 번도 남들을 가르치거나 심사하지 않았다. 연주회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냈던 진정한 대가였다.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우승자에 머무르지 않고 체르카스키와 같은 대가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의 완성은 결코 다른 사람이 주는 평가나 박수에 있지 않다.

/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