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모란봉악단 하면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 모란봉아 을밀대야…’의 그 ‘한 많은 대동강’ 노래부터 떠오른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제1서기의 지시로 2012년 결성된 여성악단으로 단장이 현송월이다. 玄松月(검은 솔에 걸린 달)이 누구던가. 김정은의 옛 연인으로 장성택 처형과 함께 그녀 역시 처형설이 나돌았었다. 아무튼 누런 카키색 오버코트에다 까만 러시아 털모자 샤프카(shafka)를 쓴 미녀 단원들이 공훈국가합창단과 함께 12일 베이징공항에 나타나자 중국 팬들은 흥분했고 언론도 ‘조선 양대 악단이 처음 중국을 방문했다(朝鮮兩大樂團 首度訪華)’며 크게 보도했다. 베이징 대극장(國家大劇院) 오페라하우스(歌劇院)의 3일간 공연일정은 5일간으로 연장됐고 첫날 2천 개 좌석은 매진됐다. 그랬는데 돌연 공연을 취소, 북으로 돌아가 버린 거다. 이유가 뭘까. 극장 사정이 아니라 북한 ‘최고 존엄’의 비위(비장과 위장 胃經)를 건드린 건 아닐까.
모란봉악단 가수들의 노래는 물론 악기 연주 수준도 높다. 특히 다종다양한 음을 합성하는 전자악기인 신시사이저(synthesizer) 음악에 맞춰 부르는 악곡이 그렇다. 다만 김정은의 ‘따뜻한 마음’과 ‘우아한 미소’를 찬미하는 노래만은 촌스럽지만…. 또한 노래의 음색과 창법이 거의 같고 가성(假聲)들도 듣기 거북하다. 어쨌든 이번 베이징 공연을 위해 중국 노래도 다수 준비했던 걸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20세기 중국 최고 가수 덩리쥔(鄧麗君)이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란샤쓰의 사나이’ 등 한국 노래까지 불렀다는 사실을 모란봉 악단 가수들은 알고 있을까. 부산항에, 서울에 그녀들이 올 날은 언제쯤일까.
2011년 김정은 정권부터 북·중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반면 한·중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중국 언론은 북한 우선시의 ‘朝韓’ 표기를 ‘韓朝’로 바꿔왔다.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북·중 화해 무드가 살아나던 참이었다. 그런데 유엔은 북한 인권문제에다가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 회부까지 논의 중인 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따꺼(大哥:큰형님) 중국과 탕슝(堂兄:사촌형) 러시아가 유엔 방패가 돼 줄 거로 믿는 것인가. 이번 남북 차관급 대화도 파탄 났고….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