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특아랍백(沙特阿拉伯)’이라면 뭘까. 중국의 사우디아라비아 호칭이 그렇고 발음은 ‘사터아라보’다. 일본에선 또 ‘사우지’라 부르는 게 별나지만 사우디 여권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여권 후진국 정도가 아니라 여권 미개국이다. 이슬람교 계율을 엄수하는, 지극히 보수적인 사우디에서는 여성의 자동차 운전조차 허용하지 않고 자전거도 못 탄다. 외출 때는 40도 더위에도 ‘아바야(Abaya)’라는 검은 의상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써야 하고….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까 장옷(長衣)―쓰개치마를 뒤집어쓰고 외출하던 봉건 조선시대를 아직도 살고 있는 거다. 외국에 나갈 때는 또 남성 친족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깐두라(Kandura) 또는 ‘디쉬다쉬(Dishdash)’라 부르는 망토 모양의 흰 전통 의상에다가 머리엔 케피예(Keffiyeh)라는 흰 두건을 쓴 남성들이 그렇게 꽉 막혔다는 거다. 사우디 남녀는 언뜻 보기에 꼭 백로와 까마귀 떼 같다.
그런 여권 미개국 사우디에서 12일 사상 최초로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져 지방의회 선거에 참여했고 더구나 이슬람 성지 메카인 마드라카 지역구 등 다섯 군데서 첫 여성 지방의원이 당선됐다는 건 천지개벽의 엄청난 사건이다. 사우디 여성에게 신분증 발급이 시작된 것도 2001년부터였으니까. 그러니 존재 자체도 인정받지 못한 유령 같은 인간들이었다. 그런 나라에서 장차 여성 국회의원과 장관, 대통령도 나올 수 있을까.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Abdulaziz) 사우디 국왕의 소감이 어땠을까. 세상엔 여성 대통령도 수두룩하고 여성 국왕도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유네스코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도 흔하고 타임지의 ‘올해 인물’도 독일 메르켈 총리다.
그런데도 여성 차별이 제로인 나라는 아직도 없다. 지난달 19일 CNN 뉴스는 ‘지구상의 남녀 임금격차 해소는 118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성의 임금이 남성 임금의 64%인 미국을 비롯해 영국은 68%, 프랑스는 50%였고 여성 임금이 가장 높은 나라는 놀랍게도 아프리카 부룬디의 83%, 노르웨이와 싱가포르가 80%였다. 사우디를 가리켜 웃을 일만도 아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