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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 벌레가 모두 earth worm인데 특히 지렁이를 그리 부르는 까닭이 뭘까. 딴 벌레들은 밟혀도 가만있는데 지렁이만이 꿈틀거리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최근 TV 금연 캠페인은 꼭 지렁이 떼 행위예술 같았다. 살빛 속옷만 걸친 20~30명의 남녀가 발작을 일으키듯 사지를 뒤틀며 한데 뒤얽혀 괴로워하는 행위 행작(行作)예술 말이다. 그 광란의 지렁이 떼가 머릿속에도 가득 차고 온통 폐를 뒤덮는 모습이라니! 그건 담배 갑의 흉측한 그림보다도 리얼하다 못해 쇼킹했다. 그런데 요새 금연 캠페인 쇼는 더욱 쇼킹해 졌다. 담배 가게에 간 여자가 “저 후두암 몇 밀리 주세요” 하자 이어 두 남자는 각각 “폐암 하나 주세요” “뇌졸중 두 갑 주세요” 하는 그 흉측한 모습들 말이다. 이어 ‘오늘도 당신이 스스로 구입한 질병 흡연을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고 강조한다. 그밖에 웹 드라마 금연 캠페인도 있고 ‘노 다바코’ 노래도 있다. tobacco는 영어, tabacco는 포르투갈어다.

그렇게 소름끼치는 금연 캠페인 광고를 보고도 태연히 담배를 피울 수 있을까. 지난 1월 담배 값 인상으로 판매량이 확 줄었으나 7월부터 다시 증가해 3억9천만 갑→3억6천만 갑으로 겨우 10% 감소했다는 거다. 중독 중에서도 니코틴 중독이 그만큼 무섭다는 증거다. 중국에선 애연가를 ‘연기 뿜는 벌레(煙蟲子:옌충쯔)’ 또는 ‘연기 내뿜는 귀신(煙鬼:옌꾸이)’이라고 조롱한다. 더욱 흥미로운 건 중국 북방에선 ‘연기를 들이마신다(吸煙)’고 하는데 반해 남방에선 ‘연기를 (씹어) 먹는다(吃煙:츠옌→흘연)’고 한다는 점이다. 그럼 마시는 맛과 씹는 맛, 어느 쪽이 나을까.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한 지 오래다. ‘고약한 쓰레기(nasty stuff)’라고도 부른다. 그런데도, 죽을 수도 있다는데도 끊지 못한다는 건가.

애연가들은 연기 뿜는 자유를 부르짖지만 남한테 피해를 줘선 안 된다. 무저항 피동 흡연(passive smoking) 폐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거다. 좁은 골목을 앞서 걸어가며 흡연하는 ‘연기 귀신’들을 제치기 위해선 100m 달리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남을 괴롭혀서야 쓰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